올 초부터 사실상 단독협상 이어오다가 '결렬'
카카오페이 '무리한 단독플레이'였나...본사에서 제동
계열분리 마무리 지으려던 신세계 당혹
카카오페이가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플랫폼 SSG페이·스마일페이(이하 쓱페이)를 인수하려던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약 4000억원대의 인수 금액과 세부 협상까지 마쳤지만 막판 카카오 본사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을 위해 물적분할까지 마친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카카오페이의 무리한 '단독 플레이'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됐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측은 신세계그룹에 쓱페이 인수 협상을 중단한다고 최근 통보했다. 앞서 카카오페이 측은 신세계에 최종 인수 금액을 제시하고 세부 협상까지 마쳤지만 계약을 앞두고 돌연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종 가격과 세부 조건까지 합의를 마친 상황에서 카카오페이 측이 돌연 인수를 못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 전면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과 카카오페이는 올해 초부터 간편결제사업부 거래를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사실상 공개매각 형태였지만 카카오페이가 유일하게 협상장에 남았다. 신세계는 앞서 2023년 토스에도 약 7000억원 안팎으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협상이 무산됐다. 이후 쓱페이·스마일페이가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등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SSG닷컴과 G마켓마저 e커머스 시장에서 부진하자 다시 처분하는 방안을 택했다.
카카오페이도 간편결제시장 1위인 네이버페이 사이에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발판 삼아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네이버페이에 밀리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경쟁사와 비교해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판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 수차례 자신들이 확실히 거래를 끝낼 수 있는 원매자임을 강조하면서 세부 협상까지 이끌어냈다.
양측은 가격을 비롯해 인력 문제 등 세부 조항까지 모두 합의를 마쳤지만 카카오 내부에선 본사 차원의 재검토 지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의 AI(인공지능) 육성 계획에 맞춰 대규모 투자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AI와 동떨어진 간편결제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는 이달 보유 중인 SK스퀘어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해 약 4300억원을 마련하는 등 대규모 AI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단독 플레이'가 본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542억건(누적 4045만명)에 달하는 고객 신용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사실이 지난해 금융감독원 현장검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금융위원회의 처분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대형 M&A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다.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으로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려던 정용진 회장도 카카오페이 측의 통보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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