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연예기획사 이사였던 A씨는 배우가 되길 꿈꾸던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얼마 뒤 피해자의 집에 다시 찾아가 강제추행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며 "촬영 역시 동의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허벅지를 만졌을 뿐"이라며 자신의 추행 혐의마저 축소하려 했다. 1심 재판부가 징역 5년을 선고하자,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법원 "피해자 진술 일관…지위 악용한 파렴치한 범죄"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둘 사이의 '권력 관계'에 주목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연예기획사 이사와 배우지망생 관계였다"며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이었고, 피고인의 지위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를 당한 이후에도 배우 데뷔가 좌절될 수 있다는 생각에 피해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피해자가 5년이나 지나서 고소한 점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변인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 고소하게 된 경위와, 배우라는 꿈이 좌절될 것을 두려워했던 사정을 모두 고려했다.
실제 피해자의 지인은 법정에서 "2016년 가을쯤 피해자로부터 '회사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들었지만, 소속사 때문에 신고를 못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1,000만원 공탁에도 '감형 없는' 단호한 판결
재판부는 양형에 있어서도 피고인의 죄질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배우를 꿈꾸던 학생을 상대로 연예기획사 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저지른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꼽았다. 피고인이 항소심 과정에서 1,000만 원을 형사공탁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만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며 양형을 깎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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