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진가들이 새 사진을 가까이서 찍으려고 스피커로 새 소리를 크게 재생해 조류 번식과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대구수목원과 경주 옥산서원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솔부엉이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다. 솔부엉이는 여름 철새로, 5~7월은 번식과 산란이 이어지는 중요한 시기다.
독자 제보와 <뉴스펭귄>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수목원과 경주 옥산서원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솔부엉이에게 교란 행위가 될 수 있는 '버드콜링(플레이백)'이 이뤄졌다. 버드콜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류를 확인하기 위해, 녹음된 새 소리로 반응을 유도하는 행위다. 제보자는 "일부 조류 사진가들이 스피커를 이용해 녹음된 새 소리를 무리하게 재생하면서 새들의 번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수목원에서 조류 사진가들이 솔부엉이 울음소리를 스피커로 크게 1시간 이상 반복 재생했다. 제보자는 "스트레스를 받은 솔부엉이가 사람을 향해 위협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솔부엉이는 야행성 조류인데 제보자가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은 낮시간대다. 이후 7월 경주 옥산서원에서도 같은 행위가 확인됐다. 제보자는 이들이 같은 사람일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새는 녹음된 소리와 진짜 소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탐조인들의 '이정표'로 알려진 책 <한국의 새>에서는 '번식기에 소리로 새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녹음된 울음소리를 실제 소리와 똑같이 인식하고 경계 또는 집중하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그만큼 번식과 생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탐조 전문가도 인공적으로 녹음된 소리가 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번식기인데도 스피커로 1시간 가까이 녹음된 솔부엉이 소리를 재생했다면 그건 새들을 고통 속에 가두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연구자나 탐조인들은 버드콜링이 교란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홍 대표는 "연구 목적이더라도 번식기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보통은 스피커 없이 산에서 겨우 들릴 정도의 음량으로 짧게 재생한다"고 설명했다.
수목원, 지자체 "대책 마련할 것"
이와 관련 현지 환경단체는 직접 제재하거나, 지자체 관계자에 조치를 요구했다. 각 지역 관계자는 현장에서 해당 행위를 직접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초록이음 환경문화연구소 손미희 활동가는 "대구수목원에서 수년간 반복돼 온 일이다. 현장에서 에둘러 탐조예절을 설명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제보를 받은 후) 경주시 문화유산과에 보호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현장에 갔을 때는 버드콜링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주시 문화유산과 관계자 역시 "현장에서 (직접 버드콜링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만약 솔부엉이 서식지라면 자연유산법을 적용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서식지가 아니어서 별도 안내 문구를 마련한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옥산서원 관계자에게도 버드콜링이 확인되면 제재해달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대구수목원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직접 들어오진 않았지만, 현장 관리자 순찰 시 발견되면 계도하고, 추가 순찰을 강화하는 등 가능한 방안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뉴스펭귄(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