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에는 지금도 이런 댓글들이 달린다. ‘의사에게 고마운 줄 모른다’ ‘그대로 고통받다 죽어라’ ‘머리 나빠서 의대 못 온 질투심이냐’.심지어 ‘개돼지’ ‘기생충’이라는 멸칭도 자주 보인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더 심각한 ‘환자 혐오’가 난무한다고 한다. 대체 의사에게 환자는 어떤 존재일까,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하긴 의사들이 환자를 존중했다면 애초에 응급실, 중환자실까지 싹 다 비우고 병원을 뛰쳐나가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이제 와 전공의는 병원으로, 의대생은 학교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다.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의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의료공백은 정책 실패가 초래한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의료공백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다”(의대생 복귀 선언 입장문)는 ‘유체이탈 화법’까지 썼다.
이달 10일 대한의사협회는 브리핑에서 ‘국민과 환자께 드리는 말씀’이라며 이런 문장을 실었다.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존재합니다. 건강을 지키는 일, 질병과 싸워야 하는 일은 한시도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한시도 멈출 수 없는 그 일을 1년 반이나 멈춘 사람들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정치권이라고 다를까.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당일 의사단체들과 회동했다. 이튿날에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단체를 방문했다. 국회는 의대생 단체, 전공의 단체만 보살핀다. 환자들은 또다시 외면당했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단적으로 비유하면 정치인들이 세월호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챙기는 것 같은 참담함을 느낀다”고 기자에게 토로했다.
누구보다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이 전공의 의대생 복귀 움직임에 가장 크게 분노하는 이유를 의사들은 깨달아야 한다. “또다시 특혜를 줄 경우 ‘환자를 위태롭게 만들면 의사가 이긴다’는 인식만 견고해질 것”이라는 환자들의 절규를 정치권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의사, 국회, 정부는 무엇보다 진심 어린 사죄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의료 정상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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