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경호처 김성훈 전 차장은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비화폰 증거를 없애려다 증거인멸의 공범이 됐다. 그는 검찰·공수처·경찰의 내란죄 수사가 시작되던 지난해 12월 7일 오후 4시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삼단논법으로 받았다. “수사받는 그 세 사람(여인형, 이진우, 곽종근)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비화폰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함부로 쉽게 볼 수 있으면 그게 비화폰이겠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는 내용이다. 지시를 이어받은 지원본부장이 증거인멸죄를 염려하면서 기록 삭제는 이행되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게임을 멈추려는 자와, 나만 안 다치면 된다는 빌런이 영화처럼 공존하고 있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지난 1월 11일 전후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너희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는 지시까지 했다. 게임 규칙상 피할 수 있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영화 속 클라이맥스가 연상된다.
조은석 특검의 말대로 사초(史草)처럼 적힐 수사 기록은 윤 전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의 실체적 진실을 담게 될 것이다. 실험용 쥐 신세였던 부하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나게 된다. 최후의 모습은 탄핵소추 법률대리인단을 이끌며 그를 지켜본 김진한 변호사가 최근 언론에 묘사한 것과 비슷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초라하고 허황한,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하는 과대망상가, 거짓말쟁이, 주변 아부꾼들의 거짓말에 쉽게 속는 어리석은 사람….”
그런 윤 전 대통령은 지금도 보신을 위한 궁리를 멈추지 않는 듯하다. 법치주의의 다짐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특검팀의 강제 소환을 거부한 그는 16일엔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대한민국을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오징어 게임장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착잡하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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