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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의 실체... 의사가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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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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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모르는 건강의 비밀] 감기약에서 수능약까지, 약으로 통하는 사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0104?sid=102

 

"수능약", "면접약",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알려진 의약품들이 있다. 제약사가 수험생이나 취준생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 개발한 약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을 강화하고 긴장을 완화해 준다며, 총명탕과 청심원보다 더 많은 간증이 쏟아지기 시작한 "처방약"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프라놀롤(제품명: 인데놀)'이다. 식약처에는 고혈압 환자를 위한 전문의약품으로 승인을 받았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교감신경을 억제해 혈압과 심박동을 조절하는 이 약을 먹으면 심리적인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심박동을 낮춰 긴장에 둔감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효과 때문인지 고혈압을 경험하기엔 너무 젊은 20~30대 취준생 중에는 '정신과 약'으로 알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편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을 강화해 주는 약으로 알려진 의약품 중에는 진짜 향정신성의약품도 있다. 도파민 결핍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사람을 치료하는 중추신경 각성제, '메틸페니데이트(제품명: 콘서타)'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오남용 시 심각한 위해를 입힐 수 있거나 의존과 내성을 일으킨다고 인정되어 마약류로 분류된 의약품을 의미한다. 이 약은 아주 작은 농도 변화만으로도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연령과 증상에 따라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만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어떤 연유에서인지 찾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흔히 붙는 진단은 "의약품 오남용"이다. 원인으로는 환자의 과도한 기대나 낮은 의약 문해력이 자주 지목된다. 어떤 이들은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과잉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약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방향이 다를 뿐, 이런 진단이 도달하는 처방은 비슷하다. 환자, 학생, 학부모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국가는 의료행위를 자격으로 제한하고, 의약품의 생산·유통·판매·가격을 모두 엄격히 관리한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이 구조는 환자가 스스로 의약품의 성분과 적응증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전제 위에 작동한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며, 보건의료체계가 갖는 일반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의약품의 처방과 복용이 정말 환자의 마음 가는 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진료실 문화가 제도와 체계를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감기가 대표적이다. "낫는데 약 먹으면 7일, 약 안 먹으면 일주일"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듯 우리가 먹는 감기약은 감염 그 자체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상기도의 바이러스 감염의 증상을 줄여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연회복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된 목표다.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게 일을 잠시 멈추고, 몸을 따듯하게 하라"는 처방도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하지만 한 번쯤 해외에서 감기에 걸려 어렵게 의사를 찾아간 한국인 중에는 이런 처방에 '허탕을 쳤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한국에선 동네의원만 가도 목을 움켜쥐는 약간의 동작과 서너 마디 짧은 대화로 감기약을 처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묵직하게 알약이나 시럽이 조합된 종합감기약으로 말이다. 콧물약과 기침약, 소염제는 환자의 불편을 당장 줄여주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에 감염 완화를 위한 스테로이드와, (아직은 아닌)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항생제, 속쓰림 예방용 위장약 2개가 포함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덕분에 요새는 영양주사와 수액치료도 '미용성형'의 오명을 벗고 '자양강장'의 특효약으로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항생제와 소화제 조합으로 시작된 한국의 고유한 K-감기약 레시피는 나날이 발전하는 형세다.

'약'의 유행,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감기뿐 아니라 '집중력 저하'나 '긴장' 같은 '증상'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 의약품이 홍보되고, 의료제공자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전략을 우선했다.

물론 진료 현장에서는 의학적 판단이나 의사의 재량에 따라 약물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제약사가 승인받은 판매 목적과는 다르더라도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릴 책임과 권한이 있다. 예로부터 이를 '허가범위 초과사용(Off-label use)'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초과사용과 오남용의 선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둘러싼 정상의 기준은 나날이 엄격해지면서, 질병으로 분류되는 증상과 치료를 요구받는 영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면접장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치료하고, 잠을 쪼개 얻은 공부 시간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처방약을 필요로 하는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대로 좋을까.

K-감기약 레시피가 나날이 화려함을 더해가는 지금,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규제하자는 안, 의사와 환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이 사회적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을 내려줄 것이라는 믿음, 환자가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약을 복용할 것이라는 신뢰는 끝없이 무너지는 중이다.

그 사이 정부는 감시망을 구축하고 보상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반복한다. 시장은 민첩하게 비대면진료를 위한 앱, 의료상담AI, 창고형 약국을 선보인다. 의료인들을 감시하고 처벌하겠다는 접근을 넘어, 의료인 없는 의료를 실현하는 듯 과감한 행보다. 이에 부응해 '환자가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던 의료인도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어떤 책임인가? 의료인과 사회가 말하는 '책임'은, 적어도 인간의 존엄이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방향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ealth Socialist Club에도 실립니다.인용시 작성자명을 Health Socialist Club으로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시: Health Socialist Club(2025). 문의는 healthsocialistclu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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