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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 ‘방취제’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모르는 쿨링 생리대의 민낯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멘톨 등 민트 계열 성분을 활용해 시원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쿨링 생리대’가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멘톨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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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부가 건조하거나 염증이 있는 경우, 보호막이 손상되어 멘톨과 같은 자극 성분이 점막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불쾌감, 작열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필요 이상의 자극감이 느껴졌다”와 같은 부정적인 사용 후기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쿨링 생리대는 왜 일부 사용자에게 불편함과 자극 반응을 유발하는 것일까?
◇ 멘톨, 단순한 쿨링 성분 아닌 ‘방취제’ 역할도
멘톨은 생리대 내에서 단순히 냉감 수용체를 자극해 청량감을 유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방취제(소취제)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생리대를 개봉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화한 향 역시 멘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향은 생리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냄새를 중화하거나 덮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멘톨이 방취제 성분으로 활용되더라도, 제품 성분표에는 ‘향료’ 혹은 ‘방취제’라는 포괄적 표현으로만 기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현행 약사법 및 의약외품 표시 기준에 따르면, 생리대에 포함된 착향제는 단순히 ‘향료’로 표기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기업 판단에 따라 별도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해당 제품에 어떤 방취제가 사용됐는지, 그 성분이 자신의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다.
특히 생리대가 직접 닿는 부위는 일반 피부보다 훨씬 민감한 외음부 및 생식기 점막이기 때문에, 멘톨이나 기타 향료 성분이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성분 정보 공개가 요구된다.
◇ ‘한방 성분’, 라벤더 오일…방취제는 다양하지만 표기는 모호
생리대에 사용되는 방취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과거 한동안 유행했던 ‘한방 생리대’ 역시 방취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라벤더 오일, 각종 한방 추출물 등 다양한 식물성 향료가 포함되지만, 이들 성분 역시 제품에는 ‘한방 성분’ 또는 ‘방취제’라는 포괄적 표현으로만 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경우, 성분의 구체적인 명칭이나 함량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특히 소취 기능을 강조하는 일부 생리대는 방취제를 고농도로 첨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멘톨의 경우 일반적으로 0.1%~2.0%의 낮은 농도에서는 피부 진정 및 살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여성 생식기는 혈관과 신경이 밀집된 부위로 자극에 민감하며, 흡수율 또한 높아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해당 성분들이 생리혈과 반응했을 때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또 장시간 접촉 시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는 민감성 피부를 가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건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 소비자는 ‘제대로’ 선택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마주한 현실은 다음과 같다. 제품에 멘톨이 포함돼 있는지조차 상세 페이지에 명시되지 않거나, 방취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그 성분이 개인의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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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엘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날개 미상, 천연 흡수체
* 이너시아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날개 유기농, 유기농 흡수체, 생분해 흡수체
* 나트라케어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자연 유래 펄프 섬유, 생분해 방수층
* 라네이처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천연 흡수체
실제로 국내에서 유통 중인 생리대 10종을 비교하며 ‘생리대 안전 등급’ 마련을 촉구한 보도자료에는 ‘패키지에 기재된 모든 성분이 유기농·친환경·자연 유래 성분인지 여부’가 정보 투명성 항목 중 하나로 제시된 바 있다.
이처럼 소비자 친화적으로 직관적인 기준을 통해 성분 내역을 명확히 공개하고, 멘톨처럼 함량에 따라 자극 가능성이 달라지는 성분은 퍼센트(%) 단위까지 명시해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 B씨는 “성분 구성이 불투명한 쿨링 생리대보다는, 흡수력이 뛰어난 오가닉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질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여성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 생리대. 그러나 성분 투명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 기준조차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