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것처럼 영화판 <전지적 독자 시점>에는 배후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한국 위인들이라는 설정은 빠졌습니다. 각색 역시 또 하나의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억지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한 각색이었냐고 묻는다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신으로 되살려 인간들에게 능력을 준다는 설정의 연결은 매우 뚜렷한 '국뽕적(?)' 쾌감을 선사하는 대목이자 원작 웹소설의 차별점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감독의 모든 의도는 영화를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습니다.
우선 원작의 많은 설정과 내러티브가 단순화하고 제거됐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배후성'의 존재감이 크게 줄었는데요. 이를테면 김독자의 활약을 내내 지켜보던 '심연의 흑염룡'이나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 등의 성좌들은 그 이름과 능력만 남은 채 캐릭터성을 잃었습니다. 여기서 영화판 <전지적 독자 시점>의 성좌들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의 게임을 관망하던 VIP처럼 절대악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https://www.elle.co.kr/article/1884778
하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원작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한국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위인들이 배후성으로 등장해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런 배후성을 가진 인물들이 빌런을 통쾌하게 처치하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국뽕을 채울 수 있는 거대한 세계관의 이야기였는데, 2시간짜리 영화 버전에서는 배후성들이 너무 많이 생략되고 우리나라 위인들이 대거 삭제되었다. 또한 원작에서는 각 라운드마다 개인의 이기주의, 민주주의의 폐해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데, 영화에서는 학폭의 사회문제만 다룬다.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의상, 무기 등에 대한 설명조차 충분히 되지 않고 끝나버린다. 이미 많은 설명을 하며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끝나도록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이러니 머리만 아플 뿐.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08/0000273247
영화로 구현된 원작의 스토리는 어림잡아 전체의 약 5% 정도 느낌으로, 주요 캐릭터의 활약이 다 나오진 않는다. 캐릭터 훼손 논란이 있던 이지혜(지수)의 활약도 (제작된다면)다음편을 기약해야 할 정도. 아직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배후성 서사까지 진입도 못했다. 인물들의 관계성도 이제 막 쌓아가는 차에 끝이 나면서 전반적으로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영상화 하기엔 지나치게 방대한 원작에서 초반 서사를 늘어지지 않게 잘 끊어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속도감을 선택한 과감한 생략의 미학이다. 다만 원작 팬들에게는 오히려 너무 짧게 끊어낸 이야기에 아쉬움이 나올 것 같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77/0000559898
물론 원작의 팬이라면 한국의 역사적 위인들이 배후성으로 등장해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과 빌런을 처단하는 설정이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김병우 감독이 집중한 것은 원작의 좋은 가치들 중에 '함께 한다'였다고. 독자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떻게 만나고, 이기주의를 버리고 동료가 되어가는지 등을 보여 준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위의 설정이 빠진 부분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만큼 과감한 선택이 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09/0005350355
+ 전독시 필름 코멘터리 영상 보면 배후성이 등장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라고 언급 했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