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대 男女 2000명 설문
생활수명으로 짜보는 인생 설계
[왕개미연구소]
“앞뒤로 뚝 떨어져 걸어야 진짜 부부 아닌가요? 다정하게 손잡고 걸었던 건 연애할 때였던 것 같아요.”
“예전엔 접시 쌓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두 접시만 먹어도 배불러요. 호텔 뷔페가 20만원은 하잖아요. 본전 생각 안 날 수가 있나요?”
살다 보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소소한 즐거움에 쏟는 에너지와 의욕이 꺼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이른바 ‘생활수명’이다.
‘생활수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체력, 열정, 인내심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걸 알면 나이 듦을 ‘쇠퇴’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즐기고 조절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밤새워 술 마시고도 다음 날 출근에 끄떡없는 시절은 언제까지일까. 맛집이라도 두 시간 줄 서 기다리느니 그냥 집밥에 김치 하나 얹어 먹는 게 더 낫다고 느끼는 나이는 언제일까.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는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이달 초 20~6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8가지 생활수명을 조사해봤다.

1️⃣맛집줄서기 수명 : 40세
마흔 즈음부터 줄 서는 맛집 탐방은 ‘젊은 날의 의욕’으로 남는다. 서 있기도 지치고, 오래 기다리면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는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허리와 무릎이 더 소중하다. 긴 대기 시간은 체력 낭비이자 인내심 테스트나 다름 없다. 김치 하나 더 얹은 집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나이, 바로 40세다.
2️⃣밤샘음주 수명 : 42.1세
밤새 술 마시고도 씽씽하게 출근하던 시절, 누구에게나 있었다. 하지만 42세쯤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전엔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새 달렸지만, 이제는 술자리가 버겁고 회복에도 며칠 걸린다. 술자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나이. 나이가 든다는 건 바로 이런 거다.
3️⃣놀이공원 수명 : 44.9세
롤러코스터에 몸을 실으며 짜릿함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대략 45세까지. 그 이후부터는 상황이 180도 바뀐다. 스릴 넘치던 놀이기구가 어느 순간 멀미 유발 장치처럼 느껴진다. 설렘보다 어지럼증, 짜릿함보다 메스꺼움이 더 크게 남는다. 가족 나들이에선 ‘벤치 지킴이’를 자처하고 싶어지는 나이, 그냥 ‘앉아서 쉬는 게 더 좋겠다’는 마음이 당연해진다.

4️⃣설렘 수명 : 46.7세
47세가 되면 신상품 소식에 흥분하거나 가슴이 뛰지 않게 된다. 예전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면 설렘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그냥 ‘아, 그런가보다’ 하며 지나친다. ‘가슴이 뛴다, 이건 사야 해!’는 추억 속 감정. 나이가 들수록 ‘새로움’이 감동이 되기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5️⃣지름신 수명 : 47.9세
세일 소식에 눈이 번쩍 뜨이고, 새벽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던 시절은 47세까지다. 세일 문자는 반갑지만, 막상 움직일 생각을 하면 귀찮은 생각부터 든다. ‘사러 가는 수고’보다 ‘안 사도 사는 데 지장 없음’이 이기는 나이. 지갑보다 소파에 더 손이 먼저 가는 48세, 지름신도 눈치 보는 시기다.
6️⃣뷔페열정 수명 : 50.7세
뷔페의 무한 리필보다 속 편한 소화가 더 소중해지는 50대. 눈은 여전히 욕심나고 본전 생각도 나지만, 위장이 손을 든다. 과식했다가 더부룩한 속을 부여잡고 후회하고 싶진 않다. 접시 욕심보다는 건강을 먼저 챙기게 되는 나이, 뷔페 열정은 51세부터 살포시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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