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구현된 원작의 스토리는 어림잡아 전체의 약 5% 정도 느낌으로, 주요 캐릭터의 활약이 다 나오진 않는다. 캐릭터 훼손 논란이 있던 이지혜(지수)의 활약도 (제작된다면)다음편을 기약해야 할 정도. 아직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배후성 서사까지 진입도 못했다. 인물들의 관계성도 이제 막 쌓아가는 차에 끝이 나면서 전반적으로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영상화 하기엔 지나치게 방대한 원작에서 초반 서사를 늘어지지 않게 잘 끊어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속도감을 선택한 과감한 생략의 미학이다. 다만 원작 팬들에게는 오히려 너무 짧게 끊어낸 이야기에 아쉬움이 나올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적응해야 할 세계관이 상당하다. 성좌, 배후성, 스킬, 코인 등의 용어부터, 소설 속으로 빠져들고, 세계가 멸망하고, 괴수들이 난무하고, 시나리오를 깨야하는 이야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중반 에피소드까지는 멸망한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추악해지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차분히 적응할 수 있는 속도감을 준다. 여기까진 관객들이 마블 시리즈처럼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후반 전투신에 접어들면 완전히 그들만의 세계가 열린다. 거대한 스케일의 게임 광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원작 팬들이라면 멋지게 구현된 전투 신이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세계관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 관객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평범한 블록버스터물로 보긴 어렵다.
캐릭터 싱크로율은 나쁘지 않은 편. 액션 장르물 소화력이 좋은 이민호가 건조하고 나지막한 톤으로 회귀자 유중혁을 표현했다. 원작 이미지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주인공의 무게감과 서늘하고 쓸쓸한 아우라를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원작보다 훤칠해진 김독자, 안효섭은 발랄한 채수빈 캐릭터와 좋은 합을 보여주며 추후 시리즈로 이어질 경우 보여줄 팀원들의 관계성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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