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1997년 1월 3일 밤 10시 50분경 시작됨

경기도 화성 서신면 궁평리 육군 제51보병사단 168연대 해안 경계 소초 위병소 후문에 소령 계급장을 부착한 40대(추정) 남성이 등장함
경상도 말씨의 남성은 자신을 최근 수도군단에 전입 온 백** 소령이라고 주장했으며, 초병들이 암구호를 요구하자 "오면서 암구호를 잊어버렸다"고 했음
초병들은 군복 차림의 그를 보고 새로 전입 온 장교가 맞다고 생각, 별다른 의심 없이 암구호를 알려줌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초병의 암구호 지시에 불응할 경우 체포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보면 됨
그렇게 암구호를 알아낸 남성은 부대 내부로 진입, 23:20경 내무반(생활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불침번 역시 소령 계급장을 단 그를 보고 거수경례를 했고 경례 소리를 들은 소대장이 나왔음
그는 소대장을 보고 "추운데 고생이 많다, 나는 수도군단에서 전입한 백 소령이다. 여기가 평소에 간첩이 자주 출몰하는 의심지역이라 지형을 숙지하려고 해안 순찰을 하러 왔다."고 했음
이에 소초장인 남정훈 소위(학군 34기)는 20여 분 동안 백 소령에게 인삼차를 대접하고, 소초 현황 및 경계작전 지역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함
백 소령을 사칭한 신원미상의 남성은 남 소위에게 중대 행정보급관 도** 상사의 안부를 묻거나, 살곶이 소초와 용두리 포구의 위치까지 묻는 등 너스레를 떨었는데, 군인이 아닌 이상 알기 어려운 정보를 물 흐르듯이 읊어대는 그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음
백 소령은 브리핑이 끝나자 총기 보관함에 있던 K2 소총에 관심을 보이며 만지작대더니 총기보관대를 보며 “저 총이 K2 소총이냐”고 묻고 “내가 소위 때는 저 총이 없었다”며 소총을 집어들고 신기하다는 듯이 연신 개머리판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거짓 짬밥을 드러냄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는데, “순찰을 나가기 위해 K2 소총과 실탄을 빌려 달라”고 소초장에게 요구했음
그러자 남 소위는 부소초장이었던 이 모 중사의 K2 소총 1자루와 실탄 30발을 건넸고, 자신이 순찰 수행을 하겠다고 말했음
하지만 자칭 백 소령은 "이쪽 사정에 빠삭한데 필요 없다. 피곤할 텐데 쉬어라. 총기는 순찰을 마치고 돌려주겠다."면서 남 소위의 수행을 거부함
그렇게 그는 밤 11시 50분쯤 소초에서 나와 자신이 타고 온 쥐색 기아 프라이드 베타 승용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음
소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복장 불량 상태로 순찰을 오는 것도 모자라 새로 전입을 와서 지형숙지를 해야한다는 사람이 부대의 사정을 꿰뚫고 있다고 일구이언을 하는데 남 소위는 그런 허술한 사기극에 속아 넘어갔음
이게 얼마나 한심하고 어리석은 행동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음
날이 바뀌어 1월 4일 01:30경, 중대장이 순찰을 위해 소초에 방문함
소초장 남 소위는 특이사항 보고에서 약 3시간 전 방문한 백 소령에 대해 언급했고, "K2 소총과 실탄을 빌렸는데, 순찰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함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중대장은 각 초소에 전화를 걸어 백 소령의 방문 여부에 대해 물었으나, 어디에서도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음
여기서부터 둘은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함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중대장은 군단에 상황을 보고하고, 군단에서 백 소령을 보낸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음
군단에서 백 소령이란 사람을 보내기는커녕, 애초에 최근에 백 소령이 새롭게 전입을 온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임
수도방위사령부에 동명이인이 복무중이긴 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그는 취침중이었고, "168연대에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답했음
애초에 전혀 다른 부대에 복무하고 있으므로 방문할 이유 자체가 없음
비로소 총기 탈취 사건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음
새벽 2시 10분, 51사단 5분대기조가 출동해 초소 인근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화성경찰서도 112 타격대를 출동시켜 전경들에게 초소 인근 군경 합동수색을 실시하도록 했으나 범인이 총기를 탈취하고 나서 2시간 넘게 지난 후로 늦어도 너무 늦은 상황이었음
새벽 3시를 기해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고, 군경이 합세해 수사를 전개했으나 아직까지 총기의 행방과 백 소령을 사칭한 인물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한 상태임
남파 간첩 내지는 남파 간첩이 매수한 전역장교로만 추정할 뿐임
남정훈 소위는 구속되었고, 군용물분실죄로 기소되었으나 분실이 아닌 탈취기 때문에 해당 죄목을 적용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음
전과자 신세는 면했지만 초특급 사고를 쳤으니 군인으로서는 쫑났다고 봐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