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강경한 이민 정책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문제에 힘을 실을수록 반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현지시간)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량 이민자 추방 정책이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갤럽이 지난달 2~26일 미국 성인 1,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는 트럼프 이민 정책에 반대했다. 특히 '강력히 반대'(45%)가 '강력히 찬성'(21%)의 두 배로 나타났다.
대선이 진행됐던 지난해만 해도 트럼프 이민 정책에 찬성했던 지지자들은 55%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그 절반인 30%로 줄어들었다. 이민 정책에 긍정적이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에도 미국인 78%가 동의, 전년(70%)에 비해 8%포인트나 늘어났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민을 향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79%는 "이민은 국가에 전반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답했는데, 지난해(64%)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21세기 역사상 이민자를 향한 공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지난해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추방을 위해 이민자 수용 시설 수를 늘리는 정책에 55%가 반대했고, 이민자를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추방하는 것에도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2배 많았다. 불법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하는 것에도 61%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는 이런 여론에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느 시점에 백악관은 이 수치를 살펴보고 전략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우려를 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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