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80752?sid=001
강인덕 인터뷰 통해 "내란 수사보다 대미 협상이 훨씬 중요" 주장
<조선일보>가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를 미국 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14일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덕수·최상목 특사 보내면, 美가 李정부 다시 보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비판한 남덕우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비판한 나를 장관으로 기용했다"며 "내란 수사보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미 관세·안보 협상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국혁신당 "한덕수는 실패한 협상가, 마늘 협상 파문 기억해야"
강 전 장관의 주장은 대통령을 비판한 인물이라도 전문성이 있다면 기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가 대미 특사로 적절한 외교·경제 전문가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4월 한덕수 전 총리가 미국과의 통상 협의를 앞두고 있을 무렵, 조국혁신당은 서면 논평을 내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또다시 국가의 명운을 건 무역협상에 권한을 행사하려고 한다"며 "또다시 25년 전 마늘 협상 파문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협상은 그야말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마늘 협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라며 "한덕수는 이미 실패한 협상가다. 그에게 더 큰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늘 협상 파문'은 2000년 우리나라가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올리는 세이프가드 (긴급 수입제한) 조처를 취하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한 사건입니다. 한덕수 전 총리는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중국과의 협상을 담당했습니다. 2년 뒤인 2002년 중국과의 이면합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전 총리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한 전 총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무역협회장으로 3년간 재직하면서 급여만 19억 5천만원을 받았습니다. 그가 2007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측에서는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의 고문이었다고 지적하며, 모피아 의혹을 묻기도 했습니다.
최상목의 미국채 보유 논란... 자기 나라 경제가 나빠지는 쪽에 배팅?
최상목 전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미국채 보유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는 처분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2억 원 상당의 미국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한국일보>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더해 12.3 불법계엄 여파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환율 방어 사령관'인 최 부총리는 정작 원화를 팔고 달러에 배팅한 셈"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는 "환율을 지키겠다던 장관도 달러채를 사는데, 기관들이나 개인들이 한국채를 사겠느냐"며 "해외 기관들이 한국채에 대한 믿음을 철회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창룡 한국은행 총재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최 전 부총리의 미국채 매입 논란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법에 따르면 직무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반드시 직무회피 하도록 돼있다. 최상목 부총리가 미 국채를 구입하고 사실상 경제 운영을 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경제 안정을 위해 애써야 할 부총리가 입으로만 안정을 말하고 뒤로는 환율이 급등한 외환위기에 배팅했다"면서 "경제 수장으로서 미 국채에 투자하고 환율 급등에 배팅한 행위는 공직자 윤리법상 이해충돌 행위, 형사상 배임죄이고 경제 내란이자 국민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관련 의혹이나 비판을 종합해 보면 일각에선 그들을 대미 특사로 보내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합니다. 더구나 한 전 총리는 그동안 '계엄 선포문을 받은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다른 국무위원들 자리에 놓여 있는 계엄 문건뿐 아니라 접견실에 남아 있던 문건까지 모두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5월 경찰은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를 내란에 동조한 혐의로 출국금지했습니다. <조선일보>가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를 미국 특사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