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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결혼 정보회사에 다녀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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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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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옆구리의 빈자리가 시리다 못해 갈비뼈 사이 유격이 많이 벌어졌다. 몸을 하도 움츠리고 다녀서 어깨가 뭉치고 허리가 아프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성을 만날 곳은 점점 줄어든다. 거리에서 번호를 물어보고 술자리에서 몇 살인데요? 몇 살처럼 보이는데요? 쌍문동 주민센터처럼 호구조사하는 것도 이젠 못할 짓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결혼 정보 회사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울며 청양고추라도 먹는 심정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20분 정도의 전화 상담 후, 직접 방문하기로 예약을 잡았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사치와 향락의 거리 ‘강남역’.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실 문을 열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커플 매니저와 둘 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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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장가갈 수 있을까

 

– 결혼정보 회사(이하 ‘결’) : 안녕하세요. 고객님. 전화로 듣던 것보다 더 미남이세요(훗).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나 : 86년생. 31살입니다.

 

– 결 : 직업은 어떻게 되세요?

– 나 : 잡지기자입니다.

 

– 결 : 회사는 어디인가요?
– 나 : OO입니다.

 

– 결 : 형제는 어떻게 되시나요?
– 나 : 저는 외동아들입니다.

 

– 결 : 결혼을 언제쯤 생각하세요?
– 나 : 그건 뭐 때가 되면…

 

– 결 : 결혼을 하려면 집이라던가 부모님 노후라던가가 대비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떠신가요.
– 나 : 그… 글쎄요.

 

– 결 : 제가 간단하게 은수저님께 여쭤본 것은 혹시 가입이 안 될 조건인가 해서 여쭤봤어요. 자, 어떤 분을 만나고 싶으세요? 나이는 몇 살까지 본다거나?
– 나 : 나이는 상관이 없어요. 저는 연상 연하 다 괜찮아요. 외모만 예뻤으면 좋겠어요. 연상이 저를 케어할 수 있다면 돈 잘 버는 연상도 괜찮습니다.

 

– 결 :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그래도 연상이 좋으세요? 한두 살 연상까지도 가능하긴 해요. 근데 여자분들이 오셔서 “연하 만나겠습니다.” 하면 저희는 가입을 안 해드려요. 재혼이신 분들께서 “초혼 만나고 싶습니다” 이래도 가입 안 해드려요.

– 나 : 저는 직업도 상관이 없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잖아요.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 결 : 은수저님, 그래도 명확한 기준을 알려주셔야 저희 쪽에서 원하시는 분 찾기가 더 수월해요. 지금 외모를 보시잖아요. 그럼 어떤 분이 좋아요? 키가 컸으면 좋겠다던가 섹시한 고양이 상, 귀여운 강아지 상 등

– 나 : 저는 고양이상이 좋아요. 키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 결 : 은수저님보다 커도 돼요?

– 나 : 그분만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어요.(어지간히 아무나 만나도 되나 보다). 근데 엄청 뚱뚱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 결 : 저희는 뚱뚱한 사람은 가입을 받지 않습니다.(단호) 그럼 은수저님의 회사 연봉은 어느 정도 되나요

– 나 : (파키스탄 노동자 수준인) OOO정도입니다.

 

– 결 : (실망하신듯?) 알겠습니다. 만약 저희 회원이 되신다면 가입 후 가족관계, 혼인관계, 학교 졸업 증명서를 받습니다. 단순한 신분 확인 절차에요. 그럼 저희가 5번의 만남과 그리고 성사되지 않았을 시 추가로 3번의 만남을 더 도와드립니다. 최하 8번의 만남이고 만약 여성분 쪽에서 은수저님을 만나고 싶다고 러브콜이 들어오는 건 횟수에 차감이 안돼요. 많이 하시는 분들은 20-30번도 만나세요.

– 나 : 와, 대박이네요

 

 

– 결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은수저님께서 마음 드는 여성분을 고르시면 그 여성분에게 혹시 만나시겠냐는 제안이 갑니다. 상대방께서 허락하시면 만남 횟수가 1회 차감이 돼요. 거절하시면 횟수는 차감이 되지 않습니다.
– 나 : 만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 결 : 저희가 미팅 일정을 잡고 약속을 잡아드려요. 장소 섭외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저희가 장소까지 섭외합니다. 날짜, 시간, 장소까지 저희가 잡아드려요. 저희 매니저들이 “언제, 어디로 가세요” 하면 소개팅처럼 편하게 보시면 됩니다. 첫 만남은 식사보다는 가벼운 커피 한잔하실 수 있게 카페를 권해드립니다. 휴대폰 번호는 당일 아침에 알려드려요.
– 나 : 왜죠?

 

– 결 : 번호를 먼저 알려드리면 어색한 대화로 만남이 흐지부지되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만남 이후에 좋았는지, 계속 만나실 건지, 다른 분을 소개받으실지도 저희 매니저들이 친절하게 안내해드립니다. 만약 두 사람이 교제하시기로 하셨다면 두 분이 소개받는 메이드는 잠시 멈춰드립니다. 하지만 교제하다가 깨졌어요. 그럼 다시 소개에 들어갑니다. 이곳은 기간보다는 횟수가 중요해요.
– 나 : 아하…

 

– 결 : 회비에 대해서 설명드릴게요. 보통 클래식 회원은 154만 원, 만약 상대방의 조건을 조금 더 높게 보신다면 198만 원, 더 까다로운 조건을 보실 분들은 297만 원까지 합니다. 하루에 커피 한 잔 정도 가격이에요. 학원 등록하시듯 편하게 등록하시면 됩니다. 그 위로는 1,540만 원까지도 있어요. 이런 것들은 고위급 자제들이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하는 공인 등이 해당되지요.
– 나 : 그럼 성사율을 얼마나 되나요?

 

– 결 : 나이대별로 달라요. 여성분 25-30까지, 남자는 30-35까지. 여기가 결혼의 연령대거든요. 여자가 너무 안 예쁘거나, 남자가 너무 까칠하지만 않으면 그런 사람들만 아니면 결혼은 대부분 해요. 간혹 평범한 사람이 전문직이나 수백억 대 자산가를 원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눈이 높으면 저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그것만 제외하고는 거의 만나요.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 본인보다 조금 괜찮은 사람을 원한다던지, 혹은 몇 가지는 포기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만남을 할 수 있어요. 너무 계산적인 것만 아니면요.
– 나 : 음…

 

– 결 : 어떤 사람은 두세 명만에 결혼을 하거든요. 빨리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꼼꼼하게 따져 볼 건 따져보고 다 본 다음에 얘 정도면 후회하지 않을 사람을 봐야죠.

– 나 :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저는 등급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될까요?

 

– 결 :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보는 등급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인터넷상에 돌아다닐 뿐이에요. 사람이 고기도 아니고 무슨 등급이 있어요. 다만 그 사람이 까다롭게 보는 부분을 맞춰줄 뿐인거죠. 누구는 종교를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연봉을 보기도 해요. 은수저님처럼 외모만 보시는 분도 계시고요. 누군가는 집안을 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금액에 따라서 볼 수 있는 툴이 넓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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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 역전이 아니에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세요.

<커플 매니저의 명언>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만남이 잦아지다 보면 분명히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이성을 어떻게 만나는지 지켜보세요.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과 본인이 무엇이 다른지 비교도 해보세요. 큰 공부가 될 겁니다. 화려한 사람만 찾지는 마세요. 슈트가 예쁘다고 그걸 입고 밥을 먹고 잠을 잘 수는 없어요. 결혼은 일상생활입니다. 잠옷처럼 편안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분명 본인에게 맞는 옷이 있을 겁니다.

 

 


이런 걸 꿈꾸지 말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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