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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천억 투입…오는 9월 완공
전철 노선에 낡은 디젤차 운행
신설역 5곳은 ‘나홀로’ 무인역
日 8회 ‘찔끔 운행’ 등 비판 쇄도

전남의 오랜 숙원사업인 목포~보성 간 철도가 ‘졸속 개통’ 논란에 휩싸였다. 남해안 철도망 구축이라는 지역사회의 기대감과는 달리,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다. 1조6천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전철화 공사까지 마쳤지만, 정작 선로를 달릴 열차는 낡은 디젤 차량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고령층이 대다수인 지역 현실을 외면한 채 역사의 대부분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하루 운행 횟수도 왕복 8회에 불과해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23년 만의 완공… 서남권 발전 기대
9일 전남도와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남해선 목포~보성 간 철도 공사가 올해 하반기 완공된다. 지난 2002년 첫 삽을 뜬지 23년 만이다.
목포~보성 간 철도 구간은 목포 임성리~영암~해남~장흥~장동~신보성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82.5㎞ 단선전철로 1조6천40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공정률은 99% 이상이다.
7개 역 중 임성리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은 신설역사를 세웠다. 장동·장흥·강진·해남·영암은 철도가 놓인 적이 없는 곳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목포와 보성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2시간 16분(광주 경유)에서 1시간으로 크게 줄어든다.
목포~보성 간 철도 공사는 긴 부침을 겪었다.
장흥 장동 구간 1공구와 무안 임성리역 주변 7공구 등 2개 공구를 시작으로 착공됐으나 교통수요가 많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고, 철도 궤도도 복선에서 단선으로 줄었다.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등의 논란까지 일면서 예산 배정에서 밀려 공사 기간이 무려 20년 넘게 소요됐다.
우여곡절 끝에 목포~보성 간 철도는 개통 전 마지막 절차인 영업 시운전을 마친 뒤 이르면 오는 9월 27일께 손님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새 철로가 개통되면 보성은 남해안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철도 거점지역으로써 서남권 교통 편의 증진과 남해안권 관광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 서남권과 중부권의 인적·물적 교류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기반 시설로써 기능을 하게 된다.

◇전철화 설비 무용지물
문제는 23년을 기다린 지역의 숙원 사업이 ‘유령 노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장흥1) 주재로 열린 ‘목포보성선 개통 계획 점검 간담회’에서는 이번 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략)
먼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철화 공사를 마친 구간에 정작 전기차량(KTX 등)이 다닐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목포~보성 82.5㎞ 구간은 전철화가 완료됐지만, 정작 연결 노선인 보성~순천 구간의 전철화 사업이 지연되면서 노선 전체를 운행할 수 있는 열차는 노후 디젤차량뿐인 실정이다.
철도노조 측은 "전철화 설비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신설 노선에 전기기관차라도 배차하는 등 적극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인역 최소화 등 개선해야"
역사 운영 문제도 심각하다. 신설되는 6개 역 가운데 강진역을 제외한 5곳이 무인역으로 운영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안전사고와 이용객 불편을 불 보듯 뻔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운행 편의성마저 크게 떨어진다. 하루 운행 횟수는 목포~순천, 목포~부전을 합쳐 왕복 8회(편도 4편)에 불과하다. 운행 시간마저 불규칙해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일부 역사는 읍내 중심지에서 20㎞ 이상 떨어져 있어 접근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주민 불편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루 예측 수요가 26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박형대 의원은 "목포보성선은 영호남을 연결하는 교통망으로서 그 상징성과 실효성이 큰 사업인 만큼 개통을 위한 ‘형식적 완공’에 그쳐선 안된다"며 "지역민의 교통 접근권 보장, 무인역 최소화, 전기차량 투입 등 구조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의회 차원에서도 정부와 관계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