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1/0000058097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누가 권력을 얻었나”.. ‘자업자득’ 메시지에 내부망 반발
정치권력 아닌 수사로 말한 검사 “괴물 되지 않기 위해 자리를 거절했다”
임은정 지검장 향해 “개혁이라면 방향과 방법을 분명히 밝혀달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왼쪽),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 (SBS 캡처)
“이게, 누구의 개혁인가.”
한때 같은 전선을 향해 나아갔던 두 검사의 길이, 정권과 권력의 경계에서 갈라졌습니다.
2018년, 검찰 내부의 침묵을 깨고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6년 만에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엔 대상이 동료였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입니다. 함께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불렸던 두 사람 사이에서, 이제 ‘개혁’이란 말의 무게와 방향을 두고 균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안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임 지검장이 보낸 사적 메시지를 공개하며 “도대체 무엇을 바꾸라는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질의했습니다.
특히 “변명이나 항변할 때가 아니다. 자업자득이다”라는 임 지검장의 문구에 대해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이라면,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다”고 정면으로 받아쳤습니다.
■ “정치권력과 거리 두겠다 했더니, 오히려 정치가 됐다”
안 검사의 글은 단순히 반박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방향은 ‘정치로부터 독립된 수사와 인사’여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강원랜드 수사 당시 유력 정치인과 충돌로 고위직 제안이 있었지만, “정치 검사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안 검사는 또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수사·기소 분리 등 제도 개편은, 오히려 정치적 코드와 진영 논리에 따라 검찰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면, 방향을 말해달라”
이번 글에서 안 검사는 임 지검장을 향해 “후배들에게 현답을 알려달라”며, “도대체 어떤 오늘을 어떻게 바꾸면 내일이 나아지는지, 그 방법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맡은 수사와 재판에만 충실해 왔으며, 검찰권 행사에 대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정권에 기댄 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논쟁이 의견 충돌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둘러싼 ‘권력의 명분’과 ‘정당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소신 같았지만, 권력과의 거리에서 갈렸다”
안미현, 임은정, 그리고 서지현 검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내 성추행과 수사 외압을 고발하며 ‘소신파 여검사 3인방’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 권력 구도가 달라지면서 이들의 행보도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임은정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에 임명되며, ‘검찰권 통제’를 실현할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개혁 진영 내 핵심 보직을 맡은 그 행보는, 검찰 내부에서 권력 재편의 신호로도 읽히고 있습니다.
반면 안미현 검사는 평검사로 남아, 일관되게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해 왔습니다. 조직 내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정권과의 거리를 유지한 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되묻고 있습니다.
이번 내부망 논쟁은 양측의 입장 차이를 넘어, 검찰개혁이 과연 누구 이름으로 추진돼 왔는지 그리고 그 개혁이 언제부터 또 다른 ‘정치적 기획’으로 기울기 시작했는지 정면에서 질문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말한 이가 권력을 잡고, 정치적 독립을 지키려 한 이는 자리를 비켰습니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선택과 배제의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해 보이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시작된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이제 제도와 권력의 작동 방식 전반을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