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쉬운 길보다는 조금 어렵더라도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 선택이 그룹 엔시티 127(NCT 127), 곧 ‘우리칠’을 K팝 신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 존재감은 데뷔 9주년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칠’의 여정이 더 깊고 빛나는 서사로 채워질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엔시티 127(쟈니 태용 유타 도영 재현 정우 마크 해찬)이 7일 데뷔 9주년을 맞이했다. 데뷔부터 ‘네오(NEO)’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온 엔시티 127은 지금의 K팝 신에서 실험성과 독자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엔시티 127이 쌓아온 성장의 여정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유일무이한 엔시티 127을 있게 한 힘
엔시티 127은 지난 2016년 미니 1집 ‘엔시티 #127(NCT #127)’을 공개하며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데뷔와 동시에 그룹의 중심 키워드인 ‘네오(Neo)’를 내세우며, 기존 K팝과는 결을 달리하는 방향성에 맞춰 성장해 왔다. ‘네오’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단어로, 실험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엔시티 127이 K팝 신에서 유일무이한 그룹으로 성장하게 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첫 타이틀곡 ‘소방차(Fire Truck)’는 힙합과 트랩을 기반으로 뭄바톤 리듬을 더한 퓨전 사운드에, 아크로바틱한 퍼포먼스를 더해 단번에 눈도장을 찍었다. ‘소방차’는 단순한 데뷔곡을 넘어, 엔시티 127이 걷고자 하는 ‘네오’의 길이 무엇인지 각인시킨 첫 포문이었다. 이후 엔시티 127은 ‘무한적아(Limitless)’, ‘체리 밤(CHERRY BOMB)’, ‘레귤러(Regular)’, ‘사이먼 세이즈(Simon Says)’, ‘슈퍼휴먼(Superhuman)’ 등 독특한 감성과 실험 정신이 깃든 곡들을 잇따라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세계를 착실히 꾸려갔다. 이지 리스닝 음악이 주를 이루는 K팝 신 흐름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운드를 앞세운 음악적 뚝심은 엔시티 127의 가장 큰 개성이 됐다.
또한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벗어나 자아, 존재, 사회적 메시지 등 보다 주체적인 화두를 담은 가사는 엔시티 127의 색채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이는 콘셉트와 음악의 차별화뿐 아니라, 팀만의 톤 앤 매너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엔시티 127은 획일화된 아이돌 음악의 흐름 속에서 유의미한 궤적을 그리며, '네오'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확립했다. 높은 난이도의 퍼포먼스와 장르적 실험은 이들을 모든 능력치를 고르게 갖춘, ‘육각형 그룹’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데뷔 초반, 엔시티 127은 대중의 익숙한 공식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쌓아나갔다. 주류와는 다른 결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른 팀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팀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정규 2집 타이틀곡 ‘영웅(Kick It)’은 그동안 다소 낯설게 여겨졌던 ‘네오’라는 정체성을 대중에게 명확히 각인시킨 전환점이 됐다. 강렬한 후렴구와 후반부를 가득 채운 애드리브, 네오 오리엔탈 무드와 액션 영화처럼 짜인 군무, 이소룡 제스처에서 착안한 포인트 안무 등은 ‘엔시티 127만이 할 수 있는 무대’를 증명하며 리스너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웅’의 성공 이후, ‘네오 맛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엔시티 127의 여정은 더욱 거침없이 이어졌다. 정규 3집 ‘스티커(Sticker)’는 피리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인 힙합 댄스곡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그 선택조차도 ‘네오’라는 길 위에 있었다. 이어 발표된 정규 4집 ‘질주(2 Baddies)’와 5집 ‘팩트 체크(Fact Check)’는 더 이상 ‘네오’라는 수식어조차 필요 없는, 오직 엔시티 127만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K팝의 중심에 섰음을 입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발매된 정규 6집 ‘워크(Walk)’는 누가 뭐래도 엔시티 127만의 길을 걷겠다는 확고한 태도와 음악적 자부심을 담아내며, 앞으로 이들이 펼쳐갈 새로운 챕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 ‘따로 또 같이’ 솔로→유닛, 엔시티 127의 새 전환점
데뷔 7주년을 맞은 2023년, 엔시티 127은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 태용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잇따라 솔로와 유닛 활동에 나서며, ‘네오’라는 팀 정체성 안에서 각자의 색을 드러내고 팀의 활동 반경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태용을 시작으로 도영, 재현, 유타, 마크까지 이어진 솔로와 도영 재현 정우의 엔시티 도재정 유닛 활동은 ‘네오’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조각들이 어떤 빛깔을 가지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태용은 힙합 기반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내면의 고민을 담은 진솔한 가사로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고, 도영은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보컬로 감성을 전했다. 재현은 미니멀한 R&B 위에 섬세한 서사와 감성 보컬을 더해 분위기 있는 음악을 완성했다. 유타는 록 사운드를 중심으로 강렬한 비주얼 퍼포먼스를 더해 자신만의 개성과 에너지를 선명하게 드러냈고, 마크는 힙합을 기반으로 한 리듬 위에 성장 과정과 내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며 솔로 가수로서의 서사를 쌓아나갔다. 이처럼 멤버들의 솔로 앨범은 각자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음악을 담아낸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쟈니는 DJ로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찬 역시 올해 하반기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어, 엔시티 127의 솔로 활동은 점차 팀 전체로 확장되며 더욱 활발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엔시티의 첫 고정 유닛 그룹인 엔시티 도재정은 보컬과 비주얼, 퍼포먼스까지 다 갖춘 ‘올 라운더’ 유닛 그룹으로서, 엔시티 127뿐만 아니라 엔시티라는 브랜드 전반에 음악적 깊이와 감성의 폭을 넓히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엔시티 127 멤버들의 솔로와 유닛 활동은 각기 다른 색과 결을 지녔지만, 이는 ‘네오’라는 팀 정체성을 해체하기보다는 오히려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각자의 음악은 멤버 개인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엔시티 127’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져 있던 개성을 드러내며 팀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 개인 활동은 멤버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자율성을 부여했고, 팬들에게는 보다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솔로를 통해 구축된 캐릭터는 팀 활동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영됐고, 이는 결국 팀의 음악과 서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다. 팀 활동을 기반으로 솔로와 유닛으로 영역을 넓힌 뒤, 다시 팀으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서 엔시티 127은 각 멤버의 개성과 팀의 조화를 동시에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한 ‘네오’라는 정체성은 각자의 고유한 색이 모였을 때 가장 빛나며, 이 개성들이 팀 전체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됐다. 여전히 함께하고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길에서도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엔시티 127이다.
이처럼 엔시티 127은 데뷔 9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네오’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꾸준히 개척해 왔다. 지난해 태용과 재현의 입대를 시작으로 엔시티 127은 팀의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다른 멤버들은 솔로, 유닛,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엔시티 127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엔시티 127이 오랜 시간 쌓아온 탄탄한 서사와, 데뷔 연차와 상관없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고퀄리티 음악,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완성도 높은 라이브 무대는 엔시티 127이 왜 여전히 K팝 신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엔시티 127이기에 데뷔 9주년은 단순한 시간의 누적이 아니라, 치열하게 쌓아온 신뢰와 내공의 결실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엔시티 127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더 좋은 활동과 무대로 팀의 가치를 증명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https://v.daum.net/v/20250707170404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