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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해방 후 친일 혐의로 체포된 왕족에 대해 남아있는 당시 친일파 처벌 재판 녹취록.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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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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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피고인은 완림군 이재원의 장자이며 

고종(高宗) 황제의 5촌 조카

 

일제시대 당시에는 일본으로부터 '자작'이라는 귀족 작위를 받고 호강했던 자

 

 


재판장으로부터 개정선언이 있었다. 때는 바로 12시 정각!

나지막한 소리로 불린 이기용은 마지못한 태도로 일어나 세 발짝 앞으로 나서 재판장과 마주선다. 

앞 벽 위에 걸린 태극기는 유달리 광채를 띄운다. 

 

 

裁 “피고는 고종(高宗) 황제의 조카인가?”

被 “네 그렇습니다.”

 

 

裁 “학업은 어느 정도인가?”

被 “뭐 공부라고 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한문을 좀 배웠습니다.”

 

 

裁 “생활은 어떠한가?”

被 “아주 곤란합니다.”

裁 “재산은 누구의 것인가?”

被 “저의 재산이나, 해방되고 나서 많은 재산을 팔았습니다.”

 

 

裁 “ 귀족원 의원은 언제 되었나?”

被 “해방되는 해 4월입니다.”

 

 

裁 “일본의 귀족원 의원이라면 대개 황족, 귀족, 세금 다액 납부자와 공로자 등인데 피고는 어떤 조건에서인가?”

被 “아마 제 생각으로는 창덕궁을 대표해서, 또는 친척 대표로서 시킨 것으로 봅니다.”

 

 

裁 “ 귀족원 의원이 되었을 때의 감상과 일본 갔을 때의 형편과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이념은?”

被 “그저 의원이 되라니까 의원이 되어 일본까지 갔었는데 일황을 보려 갔다가 그때 폭격으로 한 세 시간 지하실에서 떨다 왔습니다. 아무런 이념도 없었습니다.”

 

 

裁 “만일 해방이 안되고 피고가 귀족원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였겠는가?”

被 “저는 일본말도 못하는 처지에 무슨 말인들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귀족원 의원에 반대 안한 것도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서입니다.”

 

 

裁 “그러면 그 당시 반일운동이 있었던 것을 아는가?”

被 “네 압니다.”

 

 

裁 “그런데 피고는 협박관념에 싸여 작위를 받고 의원이 되었다니 우습지 않은가?”

被 “그저 고통되게 생각합니다.”

 

 

裁 “피고는 한일합방의 경위라던가 민비살해사건, 5조약, 7조약, 경찰권 이양, 고종황제 밀사사건 등을 아는가?”

被 “네 압니다.”

 

 

裁 “피고는 합방시 일본이 약탈을 일삼던 것을 아는가?”

被 “잘 압니다.”

 

 

裁 “자작 작위는 언제 받았으며 돈은 얼마나 받았는가?”

被 “합방 직후 스물 두 살 때 받았고, 돈은 한 3만원 받았으며 이 돈은 제가 사용치 않고 교육사업에 썼습니다.”

 

 

裁 “그 당시 귀족 작위를 안 받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被 “그렇지 않았습니다.”

 

 

裁 “ 이완용은 3천만 원에 나라를 팔겠다고 했으며, 일황이 합방 때 3천만 원을 뿌리어 이 돈이 나라를 팔은 돈이라는데, 피고가 받은 돈 3만원도 이 속에 드는 것이 아닌가?”

被 “잘 모르겠습니다.”

 

 

裁 “피고와 달리 합방 당시 생명을 바치고 나라를 위하여 싸우고 감옥에 가고 해외에 망명한 지사들도 있는데 작을 타고 돈을 받은 그 심경은 어떠한가?”

 

 

이 때 이기용은 손을 비비며 고개를 숙인다.

 

 

裁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죽어가는데 그대들은 평안히 살고 있으니 조금도 괴롭지 않았는가?”

被 “마음으로 대단히 괴로웠습니다.”

 

 

裁 “합방 당시 조선을 팔아먹는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이 있는가?”

被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裁 “왕실은 망하였으나 나라와 민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이 있는가?”

被 “생각은 하였으나 방도가 없었습니다.”

 

 

裁 “민족투쟁을 한 일이 있는가?”

被 “전연 없습니다.”

 

 

裁 “피고가 귀족원 의원으로 있던 해 종로 경찰서에 구금중인 학생들을 석방케 하느라고 애를 썼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被 “그 당시 총독 아부(阿部)를 여러 번 찾아가 청을 하여 17명의 학생을 내놓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가 8월 14일입니다.”

 

 

이 때 피고 이기용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빛이 보인다.

 

 

裁 “해방되기 이틀 전이니 피고가 애써서 나온 모양도 아닌 모양이지?”

被 “글쎄요.”

 

 

 

그 다음 재판관은 피고 이기용이 일제 시 받은 귀족원 의원 예복을 꺼내 피고에게 제시한다. 아직 예복의 소매와 바지의 금틀은 찬란한 광채를 내어 옛날의 부귀영화를 말없이 나타내고 있고, 그 예복으로 박힌 사진은 역시 나라와 민족을 팔아 일신의 영화와 부귀를 누리던 모습이 그냥 나타났다.

 

 

피고는 머리를 숙인다. 재판관은 또다시 무엇을 꺼내더니 그것은 바로 새파란 칼 주머니에 들은 일본도(日本刀)였다. 방청객은 이제 새삼스러이 보는 신기한 물건을 보듯이 목을 쭉 뽑아 자세히보려고 한다. 재판관은 심문을 계속한다.

 

 

 

裁 “(증거품을 보이면서) 이것은 무엇인가?”

被 “자작이었던 당시의 예복과 예도(禮刀)입니다.”

 

 

裁 “이 사진을 보면 그때 당시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했던 모양인데?”

被 “새 옷을 지었으니 그저 기념으로 찍어두었습니다.”

 

 

재판관은 증거품을 거두고 또다시 돌아가 사실심리를 계속한다.

 

 

裁 “ 다이쇼(大正)를 만난 일이 있는가?”

被 “ 쇼와(昭和)는 만났습니다.”

 

 

裁 “피고는 합방당시 정치적으로 태도를 분명히 가진 일이 있는가?”

被 “나이가 어려서 분명치 않았습니다.”

 

 

裁 “피고는 군황정치(軍皇政治)를 좋다고 생각하는가? 민주정치를 좋다고 생각하는가?”

被 “(우물쭈물하면서) 네, 물론 민주정치를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디 그렇게 됩니까? 잘되면 민주정치가 좋지요.”

 

 

裁 “민주정치라 하면 평민(平民)인데 황족의 특권을 내려놓을 용의가 있는가?”

被 “네 그저 세상사를 따라 갈 따름입니다.”

 

 

裁 “오늘은 이만하였으니 변호인(辯護人)들은 이의가 없는가?”

변호사 “피고는 3년 전부터 고혈압으로 지금도 신음하는 처지이며 현 상태로는 생명이 위독하다고 보니 고려를 요망합니다.”

 

 

裁 “고혈압에는 구금 생활이 더 좋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 “그러나 그것은 정도 문제일 것입니다.”

裁 “참고로 듣겠다. 그러나 고혈압은 감방생활에 병의 성질로 보아 오히려 효과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증인이 있으면 신청서를 제출하기 바란다.”

 

 

 

이로서 피고 이기용에 대한 제1회 공판이 끝났는데 바로 시각은 12시 30분이었다. 재판관은 휴정선언을 내린 후 검찰관, 배석판사와 함께 퇴정하였다.

이기용의 손에는 또다시 쇠고랑이 채워 형무관의 경호를 받아 퇴정하였다. 

 

 

 

이기용은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되었으나 반민특위가 해체되며 곧 풀려났고

1961년에 병으로 사망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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