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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으로 인한 가뭄이 이어진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내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리나라 여름이 아닌 것 같다”
‘고온다습’의 대명사인 한국의 여름 날씨.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탓에, 집 밖만 나서도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다르다. 범인은 ‘마른 장마’. 전국적으로 별다른 비 소식 없이 장마가 끝나면서 되레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산불’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 통상 여름은 강수량이 많아 산불이 잘 일어나지 않는 시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는 비 영향도 적었던 데다 이른 폭염이 시작되며, 풀과 나무가 빠른 속도로 마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며, 이같은 이상기후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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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경계지점까지 번져 불타고 있다.[경남도민일보 제공] |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여름철(6~9월) 산불 발생 건수는 평균 787건으로 사계절 중 5.9% 비중에 불과했다. 이 외에는 봄 60%, 겨울 25.4%, 가을 8.6% 등으로 여름이 가장 적은 축에 속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여름이 ‘고온다습’한 기후적 특성을 가진 탓이다. 여름은 1년 중 가장 강수량이 많은 기간이다. 전국에 골고루, 비교적 오랜 기간 비가 내리는 장마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산림의 풀과 나무들은 물을 머금게 되고 산불에 강한 상태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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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양산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하지만 이같은 추세는 뒤바뀌고 있다. 장마가 빨리 끝나고, 비가 적게 내리는 ‘마른 장마’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올해 또한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 기간이 종료되며, ‘마른 장마’가 왔다 간 대표적인 해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지난 3일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주에서는 장마가 시작된 지 보름, 남부지방에서는 열흘 정도 만에 장마가 종료됐다. 이는 1973년 이후로 가장 짧은 수준이다. 평년(1991~2020년) 장마 지속일은 30일 내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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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비의 영향이 큰 것도 아니었다. 6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87.4㎜로 평년(148.2㎜)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일부 지역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나타난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비 소식이 적었다. 강원 영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적어 가뭄 현상이 지속됐다.
이른 폭염 또한 가뭄을 부추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방과 수도권 일부는 6월 중순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이례적으로 빠르게 더워졌다. 현재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유지되고 있다. 물기가 마르며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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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충북 영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산림청 제공] |
실제 산불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던 충북 영동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은 진화인력 117명을 투입해 발생 5시간 20분 만에 진화에 성공했다. 피해 면적은 3㏊(헥타르)에 달해, 통상 여름 산불에 비해 큰 규모였다.
전국적으로 40일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서도,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았던 지난 2018년에도 유독 산불 피해가 컸다. 2018년 7~8월 발생한 산불은 총 57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건) 대비 20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과 올해 기후가 유사한 것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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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강릉시민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연합] |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마른 장마’ 현상이 빈번해지며, 연중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4년간 여름철 산불 비중은 8.7%로 직전 14년인 1997~2010년(3%)과 비교해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만 한정해서 보면, 여름철 산불 비중은 사계절 중 평균 1.2% 수준에 그쳤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던 여름 산불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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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는 가운데 스님이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의성=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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