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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유명 BJ 결별 통보 받자 방송서 협박과 스토킹…나은씨는 삶을 등졌고, 집유 BJ는 가정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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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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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496664

 

BJ, 결별 통보 했더니 교제 강요·협박
2년 소송 기다렸지만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5억 청구했지만 1500만원만 인정


 

 
고(故) 권나은. 만 33세. 사인 : 약물 과다복용.

 

고 권나은씨. 피해자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의 동의를 받아 사진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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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벼랑으로 떠밀렸다. 그렇게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불과 2개월 만난 유명 BJ에게 헤어지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 BJ는 나은씨의 사생활을 방송에서 폭로했고,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제보했다. “다시 만나자”는 협박과 스토킹이 끝없이 반복됐다.

믿을 건 ‘법’밖에 없었다. 나은씨는 가족에게 “그 사람 감옥 안 가면 죽어버릴거야”라고 했다. 법학적성시험 문제집까지 사서 직접 공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였다.

지난 2023년 2월, 나은씨의 말은 현실이 됐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7개월 뒤 사망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1500만원에 불과한 위자료. 나은씨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법을 원망했다.

“끝까지 단죄하는 걸 네가 봐야 해. 그게 누나 유지야.”

동생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헤럴드경제는 나은씨가 겪은 일을 정리했다.

 

2개월 만난 뒤…악몽 시작


 

A씨의 범죄일람표. [판결문 캡처]



나은씨는 금융·투자 분야 BJ A씨와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교제했다. A씨는 해당 분야의 유명 BJ로 누적 시청자 수가 300만명이 넘었다.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나은씨는 관련 방송을 찾아보거나 직접 1인 방송을 했다. 그러다 A씨를 알게 됐고, 약 2개월간 짧은 만남을 가졌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는 나은씨의 결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제를 강요했고, 나은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개인방송과 게시판, 시청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을 오가며 협박했다.

 

BJ, 인터넷 방송서 사생활 폭로 협박


 

“중대발표 방송공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모든 내용 다 말씀드릴게요.”
“유튜브에도 영상 하나 찍을게요. 영상을 하나 박제시켜놓을게”
“나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든 걸 얘기할게요. 순수한 의도는 나만 있었던 거야.”
“개인적인 얘기들도 어쩔 수 없이 다 풀어야 함. 스킨십 이런 거 말해야 이해가 됨.”


급기야 A씨는 2020년 5월1일 방송에서 “벌금 화끈하게 내겠다”며 나은씨의 개인 소지품과 속옷 등을 공개했다. 나은씨는 버텼다. A씨에게 “다시 사귈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A씨는 “오빠 말대로 하면 다 수습할 수 있다”며 “만나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건데 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냐?”고 했다.
 

회사 게시판·언론사 기자 제보 통해서 협박


 

2020년 5월1일 A씨가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SNS 캡처]


 

A씨의 범죄일람표. [판결문 캡처]


 

고 권나은씨. [유족 제공]



A씨의 협박은 개인방송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나은씨가 대기업인 KT 홍보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회사 윤리경영실 게시판에 “권나은에게 무시 등 정서적 학대와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며 “권나은이 본인을 만날 때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 같으니 조사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언론사에 허위 제보까지 했다. 그는 폭로 방송 직후 약 30개 언론사 기자들에게 “인터넷 방송자 겸 OO사 홍보실 직원 권나은이 데이트폭력을 행사하고 허위로 명예훼손 고소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교제 요구와 협박, 스토킹 행위는 수십 회 이상 지속됐다. 그럼에도 나은씨는 버텼다. 법을 믿었다.

 

2년 기다렸지만…솜방망이 처벌


 

A씨의 범죄일람표. [판결문 캡처]



나은씨는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명예훼손과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지 않아 해당 혐의는 빠졌다.

소송은 무려 2년간 이어졌다. 긴 시간을 버틴 끝에 받아낸 결론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6단독 권형관 판사는 지난 2023년 2월 A씨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다”면서도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나은씨의 상심은 컸다. 선고 직후 회사 상사에게 보낸 문자에서 “피고인(A씨)의 아내가 임신 중인 점 등이 고려돼 검사가 구형한 징역 3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결정됐다”며 “3년 동안 스트레스로 건강도 돌보지 못한 채 외딴 섬에 갇혀 지냈는데 처벌이 낮아서 상처가 크다”고 보냈다.

이어 “법의 심판대 앞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A씨는 사건 이후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유언 “끝까지 단죄하는 걸 네가 봐야 해. 그게 누나 유지야”


 

A씨의 범죄일람표. [판결문 캡처]



1심 선고 이후 26일 뒤, 나은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시도했다. 나은씨는 동생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20여개를 남겼다.
 

“○○아, 누나가 하고 있는 재판이 있어. 니가 챙겨야 해.”
“끝까지 단죄하는 걸 네가 봐야 해. 그게 누나 유지야.”
“또 뭐 있지. 정신 더 희미해지기 전에 말해야 하는데.”
“죽어서라도 잠자고 싶어. 항상 피곤했어.”


혼수상태에 빠진 나은씨를 간호하기 위해 가족은 요양병원 근처로 이사했다. 기존에 살던 서울 서대문구 집을 내놓고 요양병원에서 100m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나은씨는 깨어나지 못했다. 7개월 뒤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

나은씨의 마지막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2심, 3심에서도 실형을 피했다. 2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지난해 5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인과관계 인정 안 됐다…5억 청구했지만 1500만원만 인정


 

A씨의 범죄일람표. [판결문 캡처]



나은씨가 떠난 뒤에도 유족은 A씨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민사소송이었다. 나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A씨의 불법행위라는 점을 인정받고자 했다. A씨를 상대로 5억여원을 요구했다.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결과, 민사사건 1심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16형사부(부장 박성민)는 지난달 20일 A씨가 유족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은 “망인(나은씨)은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며 항소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A씨가 여기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나은씨의 죽음과 A씨의 불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라며 “이를 행사한 것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범행과 망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망인이 범행 이후 개명하고 회사 생활에 충실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은씨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만 인정했다. 법원은 “A씨의 명예훼손 등 범행으로 인해 망인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배상액으로 1500만원을 인정했다.

 

BJ 말 현실로…“한 이천 내지 뭐”


 

법원 [헤럴드경제DB]


 

 
“명예훼손 벌금 +민사 해서 1000만원, 나와봤자 한 2000만원 내지 뭐....


A씨가 2020년 5월, 나은씨를 협박하며 개인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A씨의 말은 현실이 됐다.

아직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나은씨 유족이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이 서울고등법원(인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첫 재판은 다음 달 25일 오후에 열린다.

유족 측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1심 판결에 대해 매우 속상하다”며 “법과 판사는 서민들에게 정의롭다고 생각해 소송을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법에 호소를 했다가 오히려 상처를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에스의 김윤태 변호사도 “법원은 피해자의 사망과 A씨의 불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항소심(2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적극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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