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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일부 에어컨 중단했다가 민원 빗발치자 하루 만에 철회
A초교 "작년보다 운영비 5000만원 넘게 줄어 겨울 난방 끊길 판"
지난 정부 교육교부금 삭감 공교육 포기 시·도 교육청 재정난 허덕
인천 부평구 소재 A초등학교가 수업시간 중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학부모 민원이 빗발쳐 하루 만에 취소했다.
어린 초등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배경엔 지난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 정책으로 불러일으킨 심각한 교육재정 위기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업시간 일부 에어컨 중단했다가 민원 빗발치자 하루 만에 철회
8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인천 부평구에 있는 A초등학교는 지난 4일 교직원 회의를 거쳐 예산 부족에 따라 에어컨 가동을 하루 두 차례 1시간씩 총 2시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학부모들에게 통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A초교는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과 공식 하교시간 이후인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총 2시간 동안 에어컨 가동을 멈췄다. 기상청 날씨 정보를 보면, 이날 인천 부평 지역 기온은 최고 섭씨 33도를 기록했다.
학교를 다녀온 자녀들이 더위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 등에서 “학교 예산을 다 어디에 쓰길래 아이들한테 피해를 주냐”, “애들이 방학만 기다린다”, “요즘 같은 날씨에 제정신이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학교 측은 긴급회의를 거쳐 하루 만에 오전 수업시간 중 에어컨 가동 중단 조치를 취소했다. 다만, 예산이 빠듯한 탓에 학생들 하교 이후 교무실, 교장실, 행정실 등 교직원 공간 에어컨 가동 중단은 유지했다. 그럼에도 오후 에어컨 중단 시간에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 에어컨 가동은 유지했다.
A초교 "작년보다 학교 운영비 5000만원 넘게 줄어 겨울 난방 끊길 판"
무더위 속에서 학생들이 수업받는 교실 에어컨을 끄는 시대착오적인 학교행정에 비판이 나오자 A초등학교 측은 판단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학교 재정상황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A초교 관계자는 “애초부터 올해 학교 운영비를 교육청으로부터 5000만원 이상 적게 받았다. 그런데 가스·전기 등 공과금은 모두 올라서 나중을 계산해보니 겨울이면 난방비가 없을 지경이었다”며 “교장실·교무실 등 공간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학부모 민원을 수용해 다른 예산을 아껴 남은 기간 학생들이 시원하게 공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투데이>가 해당 학교의 예산서를 살펴본 결과, 올해 본예산 금액은 12억800여만원으로 지난해 12억4800만원보다 4000여만원(3.2%) 적게 배정됐다. 인천시교육청이 교부한 학교 운영비만 따져보면, 지난해 7억3922만원에서 올해 6억4624만원으로 6000만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정부 교육교부금 삭감 공교육 포기 시·도 교육청 재정난 허덕
일선 학교의 이같은 상황은 지난 정부에서 부자감세 정책에 따라 세수가 줄면서, 교육부가 국내 17개 광역시·도에 배분하던 보통교부금도 삭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교육부는 올해부터 고교무상교육 사업비 부담도 각 시·도 교육청에 떠넘겼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교부금 감소에도 그동안 쌓아둔 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올해 본예산을 5조29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확대 편성했다. 그럼에도 돈이 나갈 구멍은 더 많아져 일선 학교 예산에 배분하는 금액이 줄어드는 상황도 발생한 것이다.
이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안 그래도 부족한 교육재정 상황에서 교육부가 AI 교과서 같은 목적사업에만 예산을 집중 배분하다보니 일선 학교의 기본운영비조차 줄었다”며 “정부가 시·도 간에 교육교부금을 균등하게 나누고, 교육청 차원에선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학교 기본운영비를 보장해야 학생들의 교육기본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