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들은 왜 극우의 길을 선택했을까?>(2025년 6월21일 한국일보)
지난달 21일 한국일보 기사다. 극우화된 일부 청년의 심리적 배경을 찾는 책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을 소개하는 취지의 서평 기사였는데 '20대 남성'을 강조한 제목이 눈길을 끌어 3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언론이 20대 남성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는 비판적 반응이 적지 않았다.
'12·3 내란' 이후 2030 남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청년 남성 극우화'를 우려하는 보도가 늘었다. 특정 커뮤니티 여론과 청년 남성을 묶어 비판하는 영상도 유튜브 등에서 반복됐다. 이처럼 특정 세대를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하는 미디어의 관행이 오히려 구조적 해법을 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극우' 표현이 남용되면서 세대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왜곡된 인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대 남성 3명 중 1명 극우" 맞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집회는 2030 여성이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탄핵 집회 인파(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 2030 여성이 약 30%를 차지했다. 반면 2030 남성은 5% 미만에 그쳤다. 50대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집회 참여 비중이 높아 세대에 따른 격차가 컸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청년 남성이란 '세대'가 부각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윤석열 지지자 86명 중 남성이 약 90%였고 2030이 4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부지법 폭동 '2030남성 우파', 누가 키웠나>(2025년 1월20일 오마이뉴스) 등의 기사로 이어졌다.
21대 대선에서 2030 남성은 확실히 보수화된 듯한 데이터를 보였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4% 이상이 김문수·이준석 후보에 표를 던졌다. 30대 남성 역시 60.3%가 두 후보를 지지했다. 김 후보는 내란을 사실상 옹호했고 이 후보는 대선 직전 여성혐오 표현을 생방송에서 썼다. 그런데도 청년 남성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청년 남성 극우화론'에 힘을 실었다.
"2030 남성 꾸짖거나 배제돼야 할 '덩어리' 취급"
그러나 '청년 남성 극우화'에 대해 미디어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특정 세대에 대해 '낙인찍기'식으로 담론이 흐른다면 해당 세대를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발간된 '광장 이후'(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음, 문학동네)에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세우고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청년'이 도구화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12·3 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일관되게 청장년 세대였다"고 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같은 책에서 "'2030 남성의 보수화'와 '극우세력의 위협'이 언론과 대중 담론에서 반복적으로 조명됐다"고 짚은 뒤 "광장의 젊은 여성들을 찬양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이 2030 남성을 꾸짖거나 배제돼야 할 '덩어리'(단괴)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사태 당시 미디어오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언론이 먼저 나가면서 특정 인구집단을 낙인 찍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조직적 배후, 자금 지원 체계 등 구체적 선동자가 누구인지 취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민의 하위집단을 언론이 특정해 악마화하는 논평을 내거나 하는 일은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20대 남성 3명 중 1명이 '극우'라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지난달 27일 한겨레에서 열린 '한국 사회·정치 극단화 진단과 전망' 포럼에서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해당 조사가 사실상 전통적 보수층의 특성을 포착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극우로 분류된 집단이 실제로는 전통적 보수와 구별되지 않고, 극우 성향 집단 중 상당수가 자신을 '중도'나 '진보'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개념적 모호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정 원장은 '2030 남성 극우' 등 특정 집단을 낙인찍는 경향에 대해 "대표성 없는 소수 집단(서부지법 사태 구속자 등)의 특성을 전체 세대에 일반화하는 것은 사회과학적으로 심각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청년 남성은 극우 아닌 스윙보터?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는지조차 아직 논쟁 대상이다. 신진욱 교수는 '광장 이후'에서 "청년 남성들의 정치 성향과 사회 인식이 여러 면에서 같은 세대 여성보다는 보수적이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반권위주의, 다원주의적 가치관, 헌재의 탄핵지지 등 많은 면에서 청년세대는 남녀 불문 중·노년 세대보다 진보적·개방적 경향을 보인다"며 "'남녀 차이'를 단순하게 대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양승훈 교수도 '광장 이후'에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싼 담론을 통해 2030 남성의 보수화와 극우화를 동일 선상에 놓는 미디어 및 비평의 시선은 오래된 관습"이라며 "지금의 2030 남성들은 정치 성향과 정당 지지 관점에서 스윙보터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보수적 정치 성향으로 보이는 2030 남성의 불만 표출은 급격한 사회 변동이 던진 문제를 기성세대의 정치가 충실히 풀지 않고 방치한 데서 비롯했다"며 "이들을 '잠재적 극우'로 보고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이들이 직면한 난제에 신중히 접근하며 이들을 민주주의 광장의 주체로서 조직하고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구분 짓기'에 앞서 공론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1일 한국일보 기사다. 극우화된 일부 청년의 심리적 배경을 찾는 책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을 소개하는 취지의 서평 기사였는데 '20대 남성'을 강조한 제목이 눈길을 끌어 3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언론이 20대 남성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는 비판적 반응이 적지 않았다.
'12·3 내란' 이후 2030 남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청년 남성 극우화'를 우려하는 보도가 늘었다. 특정 커뮤니티 여론과 청년 남성을 묶어 비판하는 영상도 유튜브 등에서 반복됐다. 이처럼 특정 세대를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하는 미디어의 관행이 오히려 구조적 해법을 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극우' 표현이 남용되면서 세대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왜곡된 인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대 남성 3명 중 1명 극우" 맞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집회는 2030 여성이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탄핵 집회 인파(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 2030 여성이 약 30%를 차지했다. 반면 2030 남성은 5% 미만에 그쳤다. 50대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집회 참여 비중이 높아 세대에 따른 격차가 컸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청년 남성이란 '세대'가 부각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윤석열 지지자 86명 중 남성이 약 90%였고 2030이 4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부지법 폭동 '2030남성 우파', 누가 키웠나>(2025년 1월20일 오마이뉴스) 등의 기사로 이어졌다.
21대 대선에서 2030 남성은 확실히 보수화된 듯한 데이터를 보였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4% 이상이 김문수·이준석 후보에 표를 던졌다. 30대 남성 역시 60.3%가 두 후보를 지지했다. 김 후보는 내란을 사실상 옹호했고 이 후보는 대선 직전 여성혐오 표현을 생방송에서 썼다. 그런데도 청년 남성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청년 남성 극우화론'에 힘을 실었다.
"2030 남성 꾸짖거나 배제돼야 할 '덩어리' 취급"
그러나 '청년 남성 극우화'에 대해 미디어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특정 세대에 대해 '낙인찍기'식으로 담론이 흐른다면 해당 세대를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발간된 '광장 이후'(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음, 문학동네)에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세우고 이를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청년'이 도구화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12·3 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일관되게 청장년 세대였다"고 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같은 책에서 "'2030 남성의 보수화'와 '극우세력의 위협'이 언론과 대중 담론에서 반복적으로 조명됐다"고 짚은 뒤 "광장의 젊은 여성들을 찬양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이 2030 남성을 꾸짖거나 배제돼야 할 '덩어리'(단괴)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사태 당시 미디어오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언론이 먼저 나가면서 특정 인구집단을 낙인 찍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조직적 배후, 자금 지원 체계 등 구체적 선동자가 누구인지 취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민의 하위집단을 언론이 특정해 악마화하는 논평을 내거나 하는 일은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20대 남성 3명 중 1명이 '극우'라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지난달 27일 한겨레에서 열린 '한국 사회·정치 극단화 진단과 전망' 포럼에서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해당 조사가 사실상 전통적 보수층의 특성을 포착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극우로 분류된 집단이 실제로는 전통적 보수와 구별되지 않고, 극우 성향 집단 중 상당수가 자신을 '중도'나 '진보'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개념적 모호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정 원장은 '2030 남성 극우' 등 특정 집단을 낙인찍는 경향에 대해 "대표성 없는 소수 집단(서부지법 사태 구속자 등)의 특성을 전체 세대에 일반화하는 것은 사회과학적으로 심각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청년 남성은 극우 아닌 스윙보터?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는지조차 아직 논쟁 대상이다. 신진욱 교수는 '광장 이후'에서 "청년 남성들의 정치 성향과 사회 인식이 여러 면에서 같은 세대 여성보다는 보수적이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반권위주의, 다원주의적 가치관, 헌재의 탄핵지지 등 많은 면에서 청년세대는 남녀 불문 중·노년 세대보다 진보적·개방적 경향을 보인다"며 "'남녀 차이'를 단순하게 대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양승훈 교수도 '광장 이후'에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싼 담론을 통해 2030 남성의 보수화와 극우화를 동일 선상에 놓는 미디어 및 비평의 시선은 오래된 관습"이라며 "지금의 2030 남성들은 정치 성향과 정당 지지 관점에서 스윙보터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보수적 정치 성향으로 보이는 2030 남성의 불만 표출은 급격한 사회 변동이 던진 문제를 기성세대의 정치가 충실히 풀지 않고 방치한 데서 비롯했다"며 "이들을 '잠재적 극우'로 보고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이들이 직면한 난제에 신중히 접근하며 이들을 민주주의 광장의 주체로서 조직하고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구분 짓기'에 앞서 공론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0770?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