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초등학교 체육수업 계획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유학생 타케시타 미호가 전하는 일본 학교 체육 이야기
안녕하세요, 스포츠한국 독자 여러분. 저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일본 유학생 타케시타 미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일본의 학교 체육 수업과 운동회(체육제), 그리고 방과 후 체육활동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의 체육수업 : 수영장-테니스장 등 다양한 시설과 K팝 댄스도
일본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한국과 똑같은 학교 제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체육 수업은 주 2회, 기본적인 스포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축구, 야구, 수영, 달리기 등 남녀 구분 없이 함께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익혔습니다. 저 역시 남학생들과 섞여 야구를 했던 즐거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중학교부터는 남녀공학이라고 할지라도 체육시간에는 남녀 나눠서 체육 수업을 했습니다. 수영장도 남녀가 시간을 나누어 사용했습니다. 아무래도 중학교부터는 남녀 체격 차이와 운동 능력의 차이가 있어 축구, 야구 등 다른 스포츠를 함께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겠죠. 체육 교사도 남녀로 나뉘어 지도를 맡았습니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아무래도 기본적이고 간단한 스포츠 위주라면 중학교부터는 조금 더 심화된 스포츠를 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중학교에선 유도, 테니스 등 보다 세분화된 종목을 배웠습니다. 학교에 수영장과 테니스장, 실내체육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여자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운동장이 없어 체육 시간이면 근처 공공 운동장으로 이동해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동 시간을 포함해 2시간 수업이 배정됐고, 춤,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종목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춤’ 수업은 인기가 많았는데요, 단순한 스포츠 댄스가 아니라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의 K팝 안무를 직접 연습해 공연하고 평가받는 형식이었습니다. 체육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죠.
일본의 체육 수업은 필기시험 없이 전면 실기평가로 진행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배운 대로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였습니다. 선생님은 실력보다 자세와 태도를 중시했고, 학기 초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일본의 운동회 : 학생들의 절대적 지지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운동회인 일본의 ‘체육제’입니다. 한국처럼 봄 혹은 가을에 한번 열리는데 이를 대비해 체육 수업 시간이 일시적으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매스게임이나 협동체조 등을 부모님들과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같이 준비하는거죠. 체육제는 항상 빨간모자 팀과 흰색모자 팀으로 나뉘어 대항전을 펼칩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남학생 출입이 제한되어, 어머니와 여동생만 체육제를 보러 올 수 있었고, 아버지는 그 점을 아쉬워하시기도 했습니다.
체육제에서 1등을 해도 특별한 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함께 목표를 위해 땀 흘리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은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실제로 일본 스타삽 편집부의 설문에 따르면 ‘체육제는 매우 좋다’ ‘체육제는 좋다’라고 하는 사람은 70% 이상, ‘체육제는 싫다’ ‘체육제는 매우 싫다’라고 하는 사람은 10% 이하였을정도로 일본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진학에 중요하기에 빠질 수 없는 방과후 활동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듯, 학생들은 방과 후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합니다. 오후 4시쯤 수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방과 후 활동이 시작됩니다. 특히 체육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죠. 축구, 야구, 테니스, 탁구 등 각자 하고 싶은걸 합니다. 아무래도 ‘인싸’이고 인기 많은 친구들은 축구나 야구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다른 스포츠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에 참여할까요. 대부분의 학생이 참여합니다. 제 반에서는 30명 중 3~4명만 빠졌을 정도였습니다. 불량학생이거나 집안 사정이 있거나, 부모님이 모종의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그렇지 않고서는 모두 참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방과 후 활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진학’에 영향을 줍니다. 중학교 때 활동 내용은 고등학교 진학에, 고등학교 때 활동은 대학 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방과 후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공부하는 학원을 다니기도 합니다. 단, 방과후 활동이 끝나는 오후 7~8시 이후에 가서 2~3시간정도 공부학원을 다니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치어리딩과 응원단 댄스를 했습니다. 전 학년이 함께 활동하며, 상급생이 리더가 되어 후배들을 지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체육제 공연을 준비하며 함께 흘린 땀과 그 성취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일본에서는 학창시절 공부도 중요하지만 체육시간, 체육제, 방과후 활동에서 체육과 스포츠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중국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르고 축구, 야구 등 주요종목에서도 스포츠 강국으로 인정받는 일본 체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자 소개 : 타케시타 미호는 일본에서 대학까지 나온뒤 한국을 좋아해 한양대학교 어학당을 거쳐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유학생으로 재학중입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느낀 한일 스포츠에 대한 생각과 취재를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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