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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트럼프, 통상·안보 현안 뒤섞어 '원스톱 딜' 가능성…위 실장, 급히 미국 방문해 고위급 소통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약 1개월 간 출장 비행거리만 지구 한바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70)이 임명 한 달 만에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장거리 해외 출장을 소화하고 있다. G7(주요 7개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최근 워싱턴 D.C.까지 찾았다. 그가 워싱턴을 급히 찾은 것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일방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통상 분야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위 실장은 6~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통상·안보 협의는 물론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취임한 위 실장의 해외 출장은 이번이 세 번째로 비행거리만 약 4만5000㎞(워싱턴-서울 복귀 일정 제외)다. 지구 둘레인 4만㎞를 넘는 거리다.
그는 지난달 16~18일 1박3일 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통해 이 대통령과 10개국 정상의 회담 일정·의제 등을 총괄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다수의 정상회담을 통해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세계 각국에 알리며 '정상 외교' 재개를 알렸다.
G7 정상회의에선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일관성'을 대내외에 알렸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대신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약 40년 간 외교관 생활을 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등의 중요성을 체득해 온 위 실장의 구상이 관철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G7 일정 동안 쪽잠을 자며 회의 의제 등을 준비하며 귀국길에 코피가 터진 일화도 알려졌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크 루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NATO 정상회의 계기 면담을 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지난달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을 대신해 위 실장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 문제로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됐는데, 나토 정상회의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IP4)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대참한 그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 주요국 정상과 만나 안보·경제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짧게 대화하며 '한국의 조선업'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루비오 장관과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추진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이후 약 10일 넘게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통상·안보 분야 위기가 고조되자 위 실장은 전날 직접 방미길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압박하는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과 안보 현안 등을 뒤섞어 '원스톱 딜'(일괄 거래)에 나설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위 실장이 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세와 같은 통상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국방비 증액 압박 등 안보 현안은 국방부와 외교부 등이 각개 대응하고 있다. 위 실장은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어 루비오 장관과 통상·안보 현안 등을 종합적으로 소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의 유예 종료 시점(9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위 실장은 "협상이 꽤 중요한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고위급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방미했다"라고 밝혔다. / 사진=뉴스1
위 실장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안보보좌관이나 (한국의) 안보실장은 (한미) 관계 전반을 다룬다"며 "협상이 꽤 중요한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고위급에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파트인 루비오 장관이 통상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는 "저도 통상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통상과 안보 분야 협의에 대해 정책을 조정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해왔다"고 답했다.
위 실장은 '미국 측과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방위비 문제를 협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이슈가 협의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방위비가 관세 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에 대해선 "저는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