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106618
정액 지급 200만원 중 75만원만 실비 지출…나머지는 사적 유용
행안부 "개선책 찾을 것"…동래구 "환수하겠다"
5급 공무원 승진 교육에 지급되는 숙박비 일부가 사적으로 사용되면서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숙박비 절반 이상이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기준을 초과해 지급한 지자체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도 개선과 환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미 지적을 받은 부산 동래구는 환수 절차에 돌입했다.
3일 시사저널이 부산 지역 지자체 5급 승진자 교육에 지출된 숙박비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지자체가 올해 1인당 하루 교육 숙박비로 7만원을 정액 지급했다. 강서구·금정구·사하구·사상구·동구·수영구는 2023년부터 숙박비 7만원을 지급하다가 올해 5만5000원으로 내렸다. 영도구·기장군·부산진구·해운대구·중구·북구·동래구는 올해도 7만원으로 유지하고 있고, 연제구만 유일하게 2023년부터 규정대로 5만5000원을 지급했다.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여비 지급 기준에 따르면 정액 지급 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하루 5만5000원이다. 규정을 어긴 지자체는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는 실비 정산의 최대치인 7만원을 그대로 교육 대상자에게 줬다.
북구 관계자는 "실비 정산 최대치인 7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했다"며 규정 위반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규정에 맞게 실비 정산을 하겠다"고 했다. 중구 관계자도 "앞으로 정액 지급 시 5만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도 "현실적인 숙박비를 몰랐다.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반면 5만5000원을 정액 지급한 연제구는 "예전부터 규정에 따라 지급했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올해 숙박비를 5만5000원으로 내린 수영구 관계자는 "규정을 확인하고, 규정대로 지급하는 걸로 했다"고 했다.
"숙박비 사적 유용, 전국적 관행"…행안부 "개선책 고민 중"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받은 숙박비가 사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교육 장소인 전북 완주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인근에는 교육 대상자를 위한 하숙촌이 형성돼 있고, 교육기간인 6주 동안 75만원에 숙박이 가능하다. 교육 대상자는 숙박비 명목으로 평균 200만원 이상을 챙기고 75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개인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비 정산이 아닌 정액 정산 방식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한 현지 하숙촌 업자는 "숙박 협회가 있어 가격은 75만원으로 동일하고 보증금도 없다"고 말했다.
불법 숙박비 지급이 전국적인 관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동길 시민단체 'NPO주민참여' 대표는 "숙박비가 실제보다 과다 지급되고 남은 금액이 사적으로 유용되는 사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반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개발원에서 교육받는 공무원은 연간 약 4000명에 이른다. 수십억 혈세가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 개선 등에 대한 행안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시정조치를 요구한다"며 "실비냐 정액이냐를 놓고 지속적으로 고민해 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액 지급을 하게 되면 과다 지출이 되고 있다라는 지적도 가능하지만 무조건 실비 지급을 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업자가 숙박 가격을 대폭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파악하기로는 부산 동래구 밖에 규정을 위반한 곳이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그런 사례가 많이 밝혀진다면 규정 등 어느 부분의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환수 필요성도 제기된다. 앞서 동래구청은 규정 위반을 인정하면서 "초과 지급된 돈은 환급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 동래구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교육 대상자 26명을 추려 올해 중으로 환수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인당 환수 금액은 35~5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도 향후 기초지자체에 교육 관련 내용을 공유할 때 규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부가 미흡하게 지급된 건 관련 기사를 보고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기준을 공유할 때 한 번 더 챙겨서 누락되는 지자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숙박비 사적 유용은 지방공무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광역단체 공무원의 승진 교육비 집행 내역 역시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