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iL2b3XDJ0s?si=FkNUsKkZiueoBvvS
2년 전, 2023년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북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지역 유림과 간담회를 가진 뒤 서원 내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요.
이후 이 나무 앞에, 윤석열 대통령이 심은 나무라는 걸 알리는 이런 비석이 하나 설치됩니다.
그런데 이 비석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걸 누가 치운 건지 병산서원 관계자도 "모른다", 안동시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시점은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대구, 경북 지역에 큰 산불이 났을 때 병산서원 코앞까지 확산하자, 산림 당국은 이렇게 헬기로 물을 뿌리며 산불 접근을 막았는데요.
지상에서도 물을 뿌리며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비석이 포착됐습니다. 이날이 3월 27일이었는데요.
그리고 4월 9일 서원 통합관리센터가 산불 피해 조사를 점검하던 중 비석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불과 13일 사이에 비석이 없어진 겁니다.
그 기간, 큰 사건이 있었죠. 바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입니다.
저희가 안동시에 확인해봤더니,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골칫덩어리였다고 합니다.
서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서원 측에 항의하는 일도 잦았다고 합니다.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영웅 서애 류성룡 선생을 기리는 위해 만든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그런 곳에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비석은 적절치 않다는 거죠.
결국 4월 4일 탄핵과 맞물려 누군가가 비석을 치운 것 아니겠느냐,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병산서원이나 안동시 모두 누가 비석을 설치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병산서원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나무를 심고 며칠 뒤 비석이 설치됐다고 하는데요.
안동시 측은 "대통령실에서 갖다 놓은 것 아니겠냐" 추측만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식수와 비석이 '불법'입니다.
문화유산법에 따르면 식수나 비석 등 국가지정 유산구역의 형질을 바꾸려면 지자체에 '변경 신청'을 해야 하고,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실은 기념 식수 신청을 하지 않았고, 비석 또한 무허가였던 겁니다.
안동시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나무를 심은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에서 신청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신고하라 요청할 수 있었겠느냐"고 하소연했는데요.
처음부터 불법이었던 게 사라진 셈입니다.
최종혁 기자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52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