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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는 이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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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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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79377

 

[리뷰] 배우들의 연기와 관객들의 반응이 '동기화'하는 세월호 영화 <바다 호랑이>주말 오후인데도 관객은 나를 포함해 달랑 다섯 명이었다. 인터넷으로 서둘러 예약한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인데 상영관은 단 하나, 그조차 상영 시간도 하루 세 차례뿐이었다. 다른 작품의 상영관엔 팝콘을 사서 들고 입장하는 이들이 줄을 이어 대조적이었다.

정윤철 감독의 영화 <바다 호랑이>를 관람했다. 지난 25일, 전국에 동시 개봉한 작품이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숨을 걸고 물속 시신을 수습했던 잠수사들의 이야기가 그때의 참담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아이들의 매몰찬 반문, 이해합니다만...

 

▲  영화 <바다호랑이> 스틸 이미지.
ⓒ 영화로운형제


"대체 언제까지 세월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믿기 힘들겠지만, 요즘 아이들조차 무심결에 내뱉는 말이다. 해마다 4월이면 노란 바람개비를 교정에 설치하고, 손목과 가슴에 노란 고무링과 리본을 차고 단다.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취지이지만, 10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이들의 매몰찬 반문을 이해 못 할 건 없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세월호 참사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역사'가 됐다. 고작 열예닐곱 살인 고등학생들은 철모르는 네다섯 살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하물며 지금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만나는 사건일 따름이다.

"강산도 변할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되질 않았다. 해마다 우리가 여는 추모 행사는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다."

이렇게 대답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구동성 이렇게 되묻는다.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 됐다고요?"

이는 기성세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몇몇 동료 교사조차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정권이 수립되면서 진상규명 등 세월호 참사 문제가 해결된 걸로 믿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그 흔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세월호 관련 뉴스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시나브로 지워져 갔다. 여전히 진상규명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는데, 부박한 여론은 사람들에게 망각을 부추긴다.

그래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기억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4월 16일에 맞춰 실시하는 계기 수업과 10년 넘게 잠잘 때조차 차고 지내는 손목의 노란 고무링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망각을 부추기는 여론을 환기하는 '자극'이 필요했다.

참사가 있던 그해 10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이 개봉됐다. 박근혜 정권의 위세가 서슬 퍼렇던 시절, '좌빨 영화'로 낙인찍히며 상영 금지 여론이 비등했다. 이후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그들에게 박근혜 정권은 엄혹한 유신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정부는 단식 농성하는 유족 곁에서 '폭식 투쟁'을 벌이는 극우 단체들의 패륜적 행동을 제지하기는커녕 방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바닷속 세월호가 인양되고 유족에 대한 예우는 달라졌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발걸음은 여전히 더뎠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증거는 하나둘씩 사라졌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권에서의 세월호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결국 기억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었다. 참사가 있은 지 4년 뒤인 2018년 4월,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됐다. 출항할 때부터 침몰할 때까지 시간대별로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내용이다.

2019년에는 영화 <생일>이 관객들을 만났다. 최정상급 배우인 설경구와 전도연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최초의 상업 영화다. 12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가족 영화라는 나름의 호평을 받았다.

참사 10주년인 2024년엔 봇물 터지듯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관에 걸렸다. 희생된 학생의 아버지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미디어 활동가와 함께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과 인양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촬영해 주목을 받은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이 잇따라 개봉됐다.

또, 침몰 원인과 구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도 감독의 노력과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들의 처절한 투쟁을 기록한 영화 <리셋>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됐다. 캐나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바통 이어받은 '바다 호랑이'

 

▲  영화 <바다호랑이> 스틸 이미지.
ⓒ 영화로운형제


영화 <바다 호랑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소재로 치면 영화 <다이빙 벨>의 '속편'이지만, 문제의식은 더욱 올돌해졌다. 시민의 선의와 존엄을 뭉개고 고소와 고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정한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잔망한 법 기술로 피해자와 증인을 겁박하는 검사의 모습이 지금의 검찰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친다.

압권은 모든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관객들의 반응이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배우들이 분노하면 함께 분노하게 되고, 그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면 동시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지금껏 유족과 잠수사들의 고통을 잊고 있었음에 대한 자책과 반성이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진상규명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여럿 경험했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다를 거라고 기대하지만, 더는 막연한 기대로 시간을 허송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안 되는' 작품에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이 있는 한, 진상규명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무도한 검사의 추궁에 맞서 잠수사들의 편에 선 '초짜' 변호사의 분투가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벽에 걸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FC의 휘장이 소품 치곤 인상적이다. 리버풀 FC의 응원가이기도 한, 휘장에 적힌 영문 글귀는 기실 세월호 유족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다짐이다.

'You'll never walk alone!(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

사족.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고 따져 묻는 이들에게 답한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모두가 기억할 테지만, 세월호 참사 5년 뒤,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한 여당의 정치인이 유족을 향해 내뱉은 패륜적 망언이다.

모욕죄가 인정되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이 선고됐다. 그는 이마저 불복해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아직 세월호 이야기를 끝낼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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