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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가로막힌 김용태 비대위원장 퇴임
차기 비대위원장 '구주류 지지' 송언석 겸직 가능성
조선일보 "민주당, 국힘 투명인간 취급…야당 쉽게 보기 때문"
세계일보 "국힘, 당권에만 욕심… 대선 패배 정당의 몰염치"
동아일보 "여당 독주, 야당 무력" 협치·쇄신 주문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한 달 동안 혁신 논의 없이 당권 투쟁에 골몰하고 있다는 보수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언론은 국민의힘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변화 없이는 '상대하기 쉬운 야당'을 벗어날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앗다.
30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리를 내놓았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후임으로 당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지 49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사태 진상규명 등을 골자로 한 '5대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결국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이후 국민의힘 개혁에 대해 몇 점을 주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0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퇴임 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추대 등을 통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형태로 꾸려질 가능성 높다는 전망이다.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까지 송언석 비대위 체제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 여당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무기력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29일 국민일보는 기사 <"상임위 끝나니 나와 간사뿐"… 제 살길만 찾는 야당>에서 한 국민의힘 의원의 사정을 전했다. 그는 최근 상임위 회의 도중 동료 의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는 가뜩이나 사람 수도 적은데 상임위 출석률조차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며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민주당을)압박하고, 전략적으로 릴레이 공격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이래서 무슨 대여 투쟁을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민의힘이 여당 같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같다는 얘기가 많다. 대선 패배 후 야당으로 전락했음에도 대여 투쟁력은커녕 아직 현실과 거리가 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는 의미"라며 "일부 의원들은 중앙정치나 상임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해외 출장을 가거나 지역구 관리에만 골몰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30일 조선일보는 사설 <국힘 김용태 비대위, 계엄·탄핵 반성문도 못 내고 끝났다>에서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을 통해 국힘에 해체 수준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국힘은 대선 한 달이 다 돼가도록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대선에서 41% 득표한 것을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며 자족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결국 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문 한 장 남기지 못했고, 새 원내 지도부 역시 구주류의 지시를 받은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이런 퇴행적 모습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인 2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다시 비대위 체제를 구성해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수 없는 인물들로 비대위 간판만 바꾼다 한들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협치를 하자면서도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국힘을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것은 야당을 쉽게 보기 때문"이라며 "야당의 실패는 정부·여당을 오만하게 만들고 이는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국힘 이젠 지도체제 갈등, 보수 혁신은 언제 하나>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허송세월만 하고 혁신은커녕 당권투쟁에나 몰두하니 한심하다"며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힘이 내놓은 반성의 변은 허언이었나.(중략)국민의힘에서는 혁신보다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과 직결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 방식에 군침 흘리는 소리만 난무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민의힘 구주류가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고, 김문수 전 대선후보·안철수 의원·한동훈 전 대표는 이를 구주류의 기득권 유지 기도로 보고 있다며 "혁신엔 관심이 없고 당권에만 욕심이라니 대선 패배 정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몰염치"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풀뿌리 지방정치의 판도를 결정하는 내년 지방선거는 2028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며 "이런 식이면 지방선거와 총선은 해보나 마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독주하고 국민의힘은 무력하다며 양당에 각각 협치와 쇄신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협치 말하며 독주하는 與, 쇄신 뭉개고 당권만 좇는 野>에서 여당이 된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등 공석 상태였던 국회 상임위원장 4자리를 모두 차지했다며 "힘 있는 집권 초에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취지일 수 있지만, 거대 여당이 소수 야당의 문제 제기를 들으려는 진지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무기력에 빠져 있다. 여당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을 마련하려면 새로 태어나야 할 텐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옛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등장한 이후로 당은 쇄신보다 차기 당권 경쟁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확인된 민의는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타협의 정치 복원이었다"며 "하지만 현실은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무력하다. 나라 안팎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정치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비판에 집중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은 협치 말하는데 여당은 일방통행해서야>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회의장 및 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결과를 설명했다. 26일 국회 추경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호소한 뒤에는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기도 했다"며 "악수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여당이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을 강행하면서 대통령의 협치 강조 취지는 무색해지고 말았다.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고 여당은 독주하는 여권의 양상이 야당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 분담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은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바란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만 호응하기보다 여야 협의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협치의 길"이라며 "역대 정부보다 더 많이 내각에 참여한 의원들 역시 야당의 협력을 얻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역대 정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권력이 결국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여권이 되새길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