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클로 원그로브점. 사진=김창의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원그로브는 연면적 46만 3098㎡ 규모의 복합 시설이다. 4만 5000평 규모 상업시설(원그로브몰)과 9만 5000평 규모 업무시설(오피스)로 이뤄졌다. 크기만 놓고 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약 세 배 규모이자 여의도 IFC(50만 6205㎡)에 버금가는 초대형 건물이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이 약 2조 3000억 원에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부터 이지스자산운용이 원그로브를 운용 중이다. 상업시설 지하 2층에는 트레이더스 홀 세일 클럽이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에는 6월 24일 기준 교보문고, 무인양품, 스타벅스, ABC마트 등이 입점해 있다.
당초 유니클로 원그로브점은 5월 30일 오픈할 계획이었다. 5월에만 해도 원그로브 주변에 유니클로의 5월 30일 오픈을 알리는 현수막과 배너가 걸려 있었다. 일본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 원그로브점’이 5월 23일 오픈하며 구름 같은 인파를 몰고 왔기에 한 주 뒤로 예정된 ‘유니클로 원그로브점’의 오픈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5월 30일 유니클로는 오픈하지 않았다. 5월 30일 오픈을 알리는 배너는 5월 말경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6월 초 원그로브 안내 직원에게 유니클로 오픈일을 묻자 "6월 12일 원그로브 오픈일에 맞춰 유니클로도 같이 오픈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이날도 오픈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근 주민 커뮤니티에 “유니클로 입점 취소 이야기가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그로브가 유니클로와의 계약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라는 설도 돌았다. 해당 계약 조건이란 “다른 의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입점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소문이었다.
유니클로 코리아 측에 오픈이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묻자 유니클로는 홍보 대행사를 통해 “마곡 원그로브점 오픈을 위반 제반 사항을 준비 중이며 올해 하반기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말씀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보내왔다.
원그로브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도 유니클로 오픈이 늦어진 이유 등에 대해 물었지만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원그로브와 유니클로 양측이 취재를 거부하며 오픈이 미뤄지는 이유나 ‘계약 조건’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관계자들로부터 원그로브의 공실 이슈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었다. 당초 계획보다 업체들의 개점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일요신문이 현장을 찾은 6월 17일 원그로브 몰에서는 다수의 공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그로브 4개 동 모두에서 공실이 있었고 심지어 건물의 얼굴인 1층에서도 흰색 가림막으로 가려진 공간들이 보였다.

윈그로브몰 1층. 통로 양 옆 상가가 모두 비어있다. 사진=김창의 기자
부동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사무실 경기가 얼어붙은 지 오래됐다. 있던 회사들도 나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부동산은 “(원그로브가) 주변 시세에 비해 월등히 비싸고 (사무실) 크기도 크다”라고 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원그로브에서 가장 임대료가 낮은 사무실은 전용 82㎡로 보증금 6959만 원에 월세 695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현 시점에서 높은 임대료만큼의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입점 업체 관계자는 “매출 규모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이제 입점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저희 브랜드를 알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고객이 많다거나 매출이 당초 예상에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다만 원그로브몰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임대해 영업하는 트레이더스 홀 세일 클럽은 선방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레이더스 측은 “매출이나 객단가, 임대료 등을 공개할 수 없지만 트레이더스의 경우 ‘계획 대비 초과 달성’을 하고 있다”라고 6월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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