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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민주당 주도 본회의서 4개 상임위원장 선출... 국힘, 로텐더홀 계단서 '민주당식 협치 파괴' 피켓 들고 규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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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선출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요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되자 국민의힘이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시작 5분 전 국회의장을 찾아 일정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힘과 만나달라"고 읍소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가 열렸다. 현장에선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4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가 진행됐고 투표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등 171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소통도, 대화도, 협치도 사라졌다"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본회의가 열리기 5분 전엔 당 중진 의원들이 마지막으로 국회의장실을 찾았지만, 우원식 의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
본회의 직전 우 의장과 면담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직후 취재진과 만나 "여야 간 좀 더 심도 있는 협상을 위해 오늘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출에 관한 안건을 최소 일주일이라도 연기해달라고 건의했다"며 "그러나 국회의장은 '충분한 시간을 줬다. 오늘 협의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을 줘도 대화로 협상이 잘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오늘이 열하루째 되는 날"이라며 "당내 상황도 복잡하고, 업무를 파악하고 해서 (민주당과의 협의가)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몇 차례 만나 대화하며 서로 간 협상을 위한 신뢰가 구축되어 가는 와중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갑자기 (민주당과 우 의장이) 오늘 (본회의) 날짜를 잡아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한 거다"라며 "오늘 상황을 보니 앞으로도 우 의장은 '여야 간에 협상을 해보라'는 좋은 말로 명분을 쌓고, 민주당이 제기하는 대로 안건을 처리할 개연성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고 직격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협치 등 좋은 말을 했던 것이 전부 다 말뿐이고 실천할 의지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라며 "상임위원장 선출 건에 대해서는 (본회의에) 참석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우 의장과의 만남 자리에 동석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논의가 이어지던 도중 국회의장실을 나와 인상을 찌푸리며 "국회의장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 같다. 저런 국회의장을 어떻게 국회의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힘 불참 속 진행된 본회의에서는 ▲ 이춘석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이 총 투표수 171표 중 164표를, ▲ 김병기 운영위원장 ▲ 한병도 예결위원장 ▲ 김교흥 문체위원장 선출 안건이 총 투표수 171표 중 166표를 얻어 통과됐다.
"막을 수단 마땅찮은 국힘" 피케팅 후 농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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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사위원장 등을 선출하기로 한 의사일정 강행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비공개 의원총회를 이어갔다. 이들이 다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 15분께였다. 손에 '묻지 마 식 의회 폭주', '민주당식 협치 파괴'라는 문구의 피켓을 든 의원들은 "민주당식 협치 파괴 선출 강행 중단하라", "묻지 마 식 의회 폭주 국민들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 섰다.
이 자리에서 송 원내대표는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 5월 27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정치란 본질적으로 소통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타협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이 말은 전부 다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고 힐난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거대 야당 시절 (보여준) 독주, 폭주, 횡포 등의 입장에서 단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인 요구를 통해 본회의를 열었고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문체위원장을 독식하려 하고 있다"고, "이 대통령은 국회에 찾아와 야당에 협치를 요청했던 시정연설을 한 게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재의요구권과 (국민의힘 의석수인) 107석으로 겨우 틀어막아 온 온갖 악법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면서 "무리한 법안 추진의 부작용과 피해는 바로 국민과 민생에 큰 주름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방통행, 독재 등을 당장 막아낼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저희는 끊임없이 국민 여러분께 문제점을 알리고 호소하겠다"고 했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은 "국회의 오랜 관행은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것이었다. 국회에서의 민주주의, 견제와 균형을 완성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우리 당은 두 달 이상의 논의 끝에 80여 석밖에 안 되는 민주당에 법사위원장과 좋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현 상황을 두고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이라면 국회의 국회의장이 아니라 민주당의 의장을 하라.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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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역시 규탄대회에 온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과 우원식의 폭주를 막을 사람은 대한민국에 딱 한 사람,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신 만큼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말이라는 것을 꼭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께 당부한다. 저희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면담을 요청한다"며 "의원 수가 많다면 대표단으로라도 불러서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규탄대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의원총회를 이어갔다. 오후 4시께 의원총회장을 나온 나 의원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이 대통령의 협치 파괴가 도를 넘고 있다"며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총리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나 의원이 농성을 먼저 시작하고 뜻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현행법 위반 부분에 대해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