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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 계엄 포고령부터 비판 언론 단전·단수 지시, KBS 계엄 방송 준비 의혹 등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란 사태와 언론계가 연관된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비상계엄 선포 전후 언론 관련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건들을 짚어본다.
'언론 통제' 위헌 그 자체였던 계엄포고령
2024년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됐다. 포고령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 언론·표현의 자유를 전면 통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언론·출판 검열은 헌법상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국가 안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제한할 수 없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계엄 이후 곳곳에선 언론에 대한 통제나 위협, 이를 시도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 누가 이러한 내용의 포고령을 지시하고 작성했는지 밝혀야 한다.
MBC·한겨레 등 '단전·단수' 지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겨레, 경향신문, JTBC, MBC, 여론조사 꽃(김어준의뉴스공장) 등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모두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한 매체로 분류된 곳들이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34분께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하고, 약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계엄령 선포 직후 계엄군 10여 명은 서울 중구 충정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사옥 출입을 통제했다.
이후 국회에선 "2024년 2월6일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MBC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의아했다"는 MBC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후 수방사 군인 5명이 MBC 본사를 방문했는데 당시 MBC 내부의 사옥 도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계엄군 장악을 위한 예비 정찰 증거"라고 주장했다.

KBS는 비상계엄 미리 알고 있었을까
KBS는 비상계엄 방송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계엄을 앞둔 군의 여론전 작업에 관여했는지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엄 방송 준비 의혹' 관련해 MBC 첫 보도와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8시30분께 대통령 집무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이 계엄 반대 의사를 밝히자 "오후 10시에 KBS 생방송이 잡혀 있다"고 말했고, 오후 10시께 다시금 "22시에 (브리핑룸에) 내려가야 하는데"라며 '22시 생방송'을 언급했다. 공소장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도 각각 '언론에 22시 특별담화 있다고 얘기해 놨다' '22시경 TV언론보도' 등을 말했다고 나온다.
최재현 당시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계엄발표 2시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전 국장은 언론노조 KBS본부의 의혹 제기에 지난해 12월6일 "KBS본부의 잘못된 성명 내용은 본인의 명예와 KBS뉴스의 신뢰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최 전 국장과 박민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12월4일 새벽 1시49분께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선 군용차량이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KBS 사측은 사내 군 병력 출입은 없었다고 했다.

국방부·대통령실의 기자 퇴거 명령
비상계엄 선포로 한밤중에 대통령실과 국방부로 달려간 출입기자들에 대해서도 통제가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못 들어오도록 브리핑룸 문을 걸어 잠근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방부 지휘통제실은 비상계엄 직후 모여든 출입기자들에게 즉시 떠나라고 했고, 이후 다시 "기자실은 유지한다"며 '청사 내 외부인을 내보내라는 지시에 조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정 이후에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청사 출입이 통제됐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출입기자들에게 '계엄사령관의 기자실 퇴거 멍령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통제와 퇴거 명령의 주동자를 찾아야 한다.
계엄군의 기자 취재 방해와 체포 시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 해제를 결의하기 위한 국회의원, 이들을 지지하며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이 모여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계엄군의 기자 체포 시도가 있었다. 뉴스토마토가 2025년 4월2일 공개한 비상계엄 직후 국회 본관 앞 CCTV 영상 속엔 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가 계엄군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자 계엄군 서너 명이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며 그를 체포하려는 모습이 담겼다. 뉴스토마토는 계엄군이 기자의 손목을 케이블타이로 묶었고, 촬영한 휴대전화 촬영본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KTV '계엄 반대 자막 빼라'…거절하자 해고 통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KTV에선 계엄에 비판적인 자막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이뤄졌다. 12월3일 11시 비상계엄 특보 자막을 담당한 지교철씨는 회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대통령)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이 계엄을 비판한 발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등을 자막에서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를 따르지 않은 지씨에게 KTV 측은 4일 아침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이은우 KTV 원장은 이후 국회에 출석해 "KTV는 행정부를 대변하는 방송"이라며 당시 조치를 정당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26일 이 원장을 내란선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