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후 53년, 간첩 누명을 쓴 지 58년 만에 고(故) 오경무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복형에게 속아 잠시 북한 땅을 밟았다는 이유로 사형수가 되어버린 한 청년의 비극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남은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억울한 세월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자수하려 했다” 청년의 말, 고문으로 짓밟혔다
1966년,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던 오경무씨는 북에 있던 이복형의 꼬임에 넘어가 납북되었다가 40여일 만에 탈출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회사 사장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자수를 마음먹었지만, 되레 간첩으로 신고당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불법 구금과 고문을 통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재심 법원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오 씨 등의 자백 등은 고문 등 불법 수사에 의한 것이고, 오 씨의 행위가 국가의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967년, 오경무씨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5년 뒤인 1972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함께 기소된 남동생 오경대씨는 징역 15년을, 여동생 오정심씨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58년 만의 무죄… 남은 유족, 국가에 무엇을 청구할 수 있나
동생 오경대씨가 2011년 재심에서 먼저 무죄를 받은 데 이어, 마침내 오경무씨도 58년 만에 모든 혐의를 벗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오씨는 이미 사망했지만, 그의 상속인인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유족들이 청구할 수 있는 배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형사보상금이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형 집행을 당한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보상금은 구금일수에 그해 최저임금의 5배를 곱해 산정하며, 사형이 집행된 오씨의 경우 최대한의 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국가배상청구다.
이는 형사보상과 별개로, 수사기관의 고문·증거조작 등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재산적 손해(사형 집행으로 인한 수입 상실 등)는 물론, 피해자와 유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더 넓은 범위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어온 사회적 낙인을 고려할 때, 위자료가 높게 인정될 수 있다.
소멸시효는 이제부터 시작
억울한 판결이 나온 지 60년 가까이 됐지만, 배상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우리 대법원은 간첩 조작 등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3다201844 판결)
따라서 오경무씨의 유족들은 무죄가 확정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정당한 배상을 다툴 수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억울하게 죽어간 한 청년과 그 가족의 찢긴 세월을 보상해야 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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