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영화의 부재중에서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없었다는 점이 올해 상반기의 침체를 결정지었다. 지난해에는 오컬트 장르의 ‘파묘’가 ‘범죄도시4’와 쌍끌이했고, 2023년과 2022년의 상반기에는 ‘범죄도시3’와 ‘범죄도시2’가 각각 개봉해 일당백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동석이 제작·주연한 ‘거룩한 밤:데몬헌터스’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개봉 후 혹평 일색에 처참한 성적(77만 명 동원)으로 막을 내렸다.
천만 영화 등 ‘대박’은 없어도 ‘중박’ 영화 여러 편으로 상쇄할 수 있겠으나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상반기 한국영화(제작비 100억 원 안팎 투입)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은 단 네 편으로, ‘히트맨2’(손익분기 230만 명, 총 관객수 254만 명) ‘검은 수녀들’(160만 명, 167만 명) ‘승부’(180만 명, 214만 명) ‘야당’(300만 명, 337만 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전에 없던 ‘400만 명의 벽’이 공고하다.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야당’과 외화 1위인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도 330만 명대에 그쳤다. 주연배우와 감독이 무대 인사를 여러번 돌고 톰 크루즈는 내한해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지만 뚫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제 300만이 ‘흥행’의 척도가 됐다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은 “코로나를 거치며 극장을 가는 습관·경험 자체가 많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어떤 작품이 걸리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자체가 확연히 낮아졌다”면서 “창고영화까지 모두 소진된 이제는 ‘볼 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인식까지 퍼지며 악순환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손익분기점 달성은 작품성과는 별개의 이야기가 됐는데, 강형철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인 ‘하이파이브’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관객반응도 나쁘지 않았지만 손익분기점인 290만 명까지는 아직 100만 명이 더 넘게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규동 감독의 ‘파과’ 역시 60대 여성킬러 ‘조각’(이혜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모험을 벌였지만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는 별개로 관객은 55만 명(손익분기점 12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7월 23일 개봉)은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와 ‘더 테러 라이브’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의기투합한 제작비 300억 원짜리 대작이다. ‘전독시’가 손익분기점 600만 명을 넘을지 영화계 전반이 주목하는 가운데, 박 편집장은 “해외판매까지 고려하면 600만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 비수기인 4, 5월과 달리 7, 8월은 기본적으로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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