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던 파키스탄이 하루 만에 트럼프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을 규탄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지난 22일 미국의 공습 직후 낸 성명에서 “이란 핵 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폭격은 국제법 위반이다. 이번 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은 외교”라고 밝혔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같은 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파키스탄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판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제출된 휴전 촉구안에도 동참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파키스탄의 태도는 하루 만에 180도 돌변한 것이다.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1일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리와 인도와의 분쟁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그를 오는 202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인도·파키스탄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서 벌인 무력 충돌 사태가 미국 중재로 일단락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중재력’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역 혼란이 고조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외교력으로 전략적 통찰력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며 트럼프를 한껏 띄웠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이슬람권이자 인접국인 이란의 핵 시설이 미국의 폭격을 당하자 트럼프 정권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비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파키스탄과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종파 갈등 및 파키스탄 내 이란 반체제 세력 통제 문제 등으로 간헐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빚은 적은 있으나 외교로 갈등을 종식해왔다. 이날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비판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행진했다고 미 CNBC가 보도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12815?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