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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기업, 시설 투자보다 월급 주려 대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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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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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보니 대출도 ‘불황형’


경기 시흥시의 절삭 기계 생산 업체 A사는 지난 4월 은행에서 대출 2억원을 받았다. 직원 임금을 주기 위해서다. 이 업체는 판매한 물품 대금 결제가 지연돼 한 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직원 월급을 더는 충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은행에 손을 벌렸다.

 

올해 들어 경기 불황을 맞은 기업들이 미래를 고려한 설비 등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기보다는 당장 급한 직원 임금을 주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기업에 빌려준 신규 대출의 목적을 보면 설비 투자 등 목적으로 받아 간 ‘시설 자금’ 대출이 32조1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3조1160억원)보다 약 21조원 줄어든 것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설 자금은 기업이 멀리 보고 미래를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자금인데, 작년보다 대출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활동이 위축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반면 같은 기간 회사나 공장에서 임금 지불, 원료 구입 등에 쓰기 위한 ‘운전 자금’ 대출은 91조8420억원으로 작년(101조3240억원)보다 10조원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시설 자금 대출은 40%가량 급감한 반면, 운전 자금 대출은 10% 정도만 감소한 것이다.

 

그 결과 작년까지만 해도 4대 은행의 기업 신규 대출 중 시설 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34%였는데, 올 들어 그 비율이 26%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운전 자금을 위한 신규 대출 비율은 66%에서 74%로 늘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어가야 하는 돈은 빌리고, 당장 급하지 않은 설비 투자를 위한 대출은 줄이는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다.

 

◇’불황형 대출’이 덮친 한국 기업

 

이 같은 ‘불황형 대출’ 심화 현상은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운전 자금 목적 대출 잔액은 전 분기보다 9조5000억원 늘었다. 작년 4분기에는 직전 분기보다 3조4000억원 감소했는데, 올 들어 확 늘어난 것이다.

 

반면 1분기 시설 자금 대출 증가 폭(7조8000억원)은 작년 4분기 증가 폭(6조7000억원)과 비슷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시설 자금 대출이 전 분기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평당 1000만원짜리 공장 700만원에도 안 나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더 불황형 대출 전선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올해 1분기 국내 A 은행이 중소기업이 밀집한 경기·인천 지역에 있는 시화·남동·반월공단 등 세 곳에 입점한 지점들의 대출을 분석해 보니, 시설 자금 대출 규모는 7786억원으로 작년 1분기(8857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줄었다. 임금이나 원재료 구입을 위해 필요하다며 받아 간 운전 자금 대출(1조1163억원)은 작년보다 8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화공단에서 대출 영업을 하는 한 은행 부지점장급 직원은 “예년 같으면 공장이 싼값에 나오면 이 기회를 잡아 돈을 빌려서라도 공장을 사들여 향후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지금은 원래 평당 1000만원 정도 하던 공장이 700만~800만원에 나와도 사겠다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인건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을 받겠다며 은행 문을 두드리는 업체는 늘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대기업 자동차 3차 협력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8명의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다. 그는 “대기업 발주 물량이 예전의 절반밖에 안 돼, 직원 1명당 400만원 정도 하는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1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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