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하구청이 운영하는 서부산권 공공문화시설인 을숙도문화회관이 '노무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한 음악회 행사를 불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에 맞춰 노무현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려던 음악회였다. 대관 불허를 두고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예술공연인데 노무현재단 단어만 듣고 대관 거부"
20일 아리클래식과 여러 지역 단체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월 재단이 후원하고 윤도현밴드의 출연을 계획한 '열린음악회'가 을숙도문화회관의 대관 거절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보다 두 달 전인 3월 대관 추진 과정에서 회관 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서류를 넣고 심의한 이후 결정해도 될 텐데 전화로 '노무현' 말만 듣고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제출조차 하지 못한 기획서를 보면 준비했던 공연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윤도현밴드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협연하는 내용이다. 의도에는 "노 전 대통령 추모 마음을 담아 지역 예술인과 윤도현밴드가 부산시민·사하구민과 함께 음악으로 화합하고자 한다"라는 글이 적혔다.

이 사태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소속인 이갑준 사하구청장이 연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역 예술인들과 재단 사하·해운대지회, 부산참여연대 등이 사하구청을 찾아 해명을 촉구한 자리에선 이 구청장을 향해 "'좌파를 무대에 세우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을숙도문화회관 관장 등이 노무현재단이 후원하는 음악회에 공간을 내주지 않은 건 앞서 2월 이 구청장이 '좌파를 무대에 세우지 말라'는 발언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신병륜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 해운대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 블랙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색안경을 낀 채 가뜩이나 힘든 문화예술인을 좌파라고 하며 쫓아낸 것과 다름없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대관 기간 아냐, 정치행사 제한 규정도 있어"
논란이 커지자 을숙도문화회관은 절차상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문화회관 측은 "접수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을 지나서 요청해 진행이 안 된 것"이라며 "또한 내부 규정에 정치나 종교적·상업적 공연은 대관을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어 이에 근거해 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사하구 역시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이갑준 구청장이) 이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라며 "을숙도문화회관의 결정도 규정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항의서한을 건네받은 다른 관계자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이며 "받은 의견은 (구청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답이 충분치 않은 데다 낡은 잣대를 들이댄 만큼 순수예술 현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성악가로 활동하는 중견 예술인 ㄱ씨(55)는 "낙인을 찍던 과거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황당하다"라며 "순수예술은 무대에 설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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