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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인권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방치’ 조사 뒤…“인도적 인계 방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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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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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52003

 

‘경찰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신처리 과정 등에서의 인권침해’ 결정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주검을 나체 상태로 방치하고 탈의된 상태로 인계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유가족 진정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인도적인 희생자 인계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그간 유가족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인계 당시 희생자 상태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일부 내놨다.

한겨레가 입수한 ‘경찰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신처리 과정 등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을 20일 보면, 인권위는 진정인 희생자 주검의 탈의 등을 문제 삼은 진정에 대해 “희생자를 모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참사 희생자의 존엄과 유족의 추모 감정 등을 고려할 때 시신을 인도적으로 인계할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의견표명했다. 인계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희생자의 존엄 및 유족이 느낄 고통과 충격을 고려해 주검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결한 천으로 감싸는 등의 조처를 하라는 것이다. 인권위 결정문은 진정이 접수된 지 2년 6개월여만인 전날, 진정인인 희생자 아버지 이아무개씨에게 전달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아무개씨의 아버지 이씨는 지난 2023년 1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수사관과 부천소사경찰서장 및 직원 등을 상대로 “유가족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시신을 검시하고, 희생자를 나체 상태에서 촬영해 방치했으며, 탈의 된 상태로 유가족에게 인계하여 희생자를 모욕하고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씨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2022년 10월30일 오전 6시께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바로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로 가 딸의 실종신고를 한 뒤, 1층에 마련된 실종자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딸 이씨는 전날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뒤 순천향대학교병원을 거쳐 부천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였다. 이후 아버지는 경찰 연락을 받고 부천병원에 도착해 딸의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지검 부천지청 고 아무개 검사 등은 부천소사경찰서 직원 등을 통해 주검을 인도하도록 지휘해 같은 날 오후 5시48분께 어머니에게 인계했다. 당시 희생자 전신이 탈의 된 상태였고, 주검은 피가 묻은 병원 시트로 덮여있었다.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들은 참사 직후 희생자의 상태와 인계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경찰 등 관련 기관은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 토론회 등에서 단편적인 설명에 그친 게 전부였다. 이씨는 20일 한겨레에 “당시 유가족이 참사 소식을 듣고 달려와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애를 끓이며 기다리던 그 시간에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 검시한다며 유가족을 배제하고 딸아이 옷을 완전 탈의시키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며 “여러 유가족이 비슷한 일을 겪어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도 당국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직접 설명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수사관 등 피진정인들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데다 늦게 검시가 이뤄져 압착성질식사의 특성상 시신 부패가 빨라질 수 있어 유가족들에게 미리 연락을 못 했으며, 외상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해 불가피하게 변사자의 의복을 벗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시 뒤 희생자를 탈의 상태로 방치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시체경직, 자가융해, 부패 등에 따라 관절에 경직이 생기고 피부가 약해진 시신에 억지로 옷을 입히는 등 외력을 가하게 되면 피부 까짐, 골절 등의 추가적인 훼손이나 오염이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변사 사건의 사망 원인과 사체를 조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 등에 따라 희생자의 옷을 탈의하여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 탈의 상태에서의 검시 및 인계 행위가 희생자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존엄에는 삶에 대해서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존엄성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유지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당한 침해를 당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희생자 사망 통보 및 시신 확인 시 업무 담당자가 유의할 사항’에 대한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정신보건연구소의 가이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는 △시신은 가능한 한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여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한다 △시신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전에 그 사실을 설명한다 등 유족이 희생자 주검을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 정부 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 18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참사가 벌어진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참사 희생자가 가족에게 인계된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한 ‘1호 진상규명조사신청서’ 9개 항목 가운데 첫 과제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어떻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는가’다. 각 희생자가 어떻게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 안치실로 이동해 가족에게 인계됐는지, 이 과정은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등과 관련해 의문이 여전한 상황인 셈이다. 이씨는 “결정문에는 피진정인이 모두 하위직 공무원들로만 기재되어 있는데, 과연 그러한 지시를 한 자가 누구인가가 궁금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진정 사건은 김용원 상임위원의 ‘자동기각’ 논란으로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가 4개월 만에 열린 2023년 12월7일 침해구제제1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다만 당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전원위로 회부하기로 해, 1년 만인 지난해 12월23일 24차 전원위에 상정돼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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