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조치 미흡 지적에 학교 "문자로 직접 안내"...교권보호위원회 결과 주목
제주지역 모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성추행과 폭력을 당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교의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지만, 학교는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10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A씨는 올해로 교직 10년차이다. 그는 현재 병가를 제출한 상태지만, 학교에 돌아간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 “그 학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내비쳤다.
A씨는 학생 B군으로부터 최초 피해를 입은 시점이 5월 16일 금요일이라고 말한다. 이날 B군은 교실 복도에서 담임교사인 A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A씨가 뿌리쳤지만 교실에서 다시 팔을 강하게 잡는 등 추가 행동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B군은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A씨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거나, 몰래 뒤에 서 있는 등의 행동도 저질렀다. 고등학생 B군의 키는 180cm로, A씨보다 약 30cm 이상 크다.

문제는 B군이 신체적 위협을 저지른 뒤에도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괴롭힘에 가까운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연락하지 말 것을 요청했음에도 새벽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 ‘자신에 대한 2차 가해다’, ‘따로 이야기 하고 싶다’, ‘교무실 말고 다른 곳에서’ 등을 운운하며 악의적으로 위협했다는 것. 앞서 신체적 위협을 저지르기 직전에는 “A씨를 고소하겠다”고 직접 말한 바 했다.
A씨는 5월 초에 핸드폰 제출, 인사태도 등 생활지도에 있어 B군의 일부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B군은 오히려 사건 이후 ‘선생이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자신을 음해하려 했다’는 식으로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는 것.
이러한 행동이 있었음에도 A씨는 학교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A씨와 휴가 조치 뿐만 아니라 직접 안내 문자를 주고 받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A씨는 사건 발생(16일) 사흘 후인 19일에 사안을 학교 측에 통보했다. 이틀 뒤에는 예정돼 있던 2박3일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조퇴, 특별휴가 등을 거쳐 현재 병가 중이다.
A씨는 “16일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다른 교사들이 B군에게 충고했지만 학생은 변함없이 행동했다. 도저히 이 학생을 마주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학교 측은 ‘가해자-피해자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과 선생의 문제로 봐야 한다’, ‘선생이 학생을 보듬어야 한다’, ‘마음 정리 됐으면 돌아와야 한다’는 식으로 대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학생과 화해해서 자체 종결 처리하길 바라는 학교 분위기까지 접했다면서, 결국 공식적인 행정 대응 절차와 함께 교사노조에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A씨는 극도의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 중으로, 당분간 병가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B군을 상대로 가능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학생과의 실질적인 분리를 바라고 있다.
학교 측은 A씨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특별 휴가 제도, 병가 안내, 상담 치료 지원 등을 문자로 안내했고 A씨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병가보다 특별 휴가를 사용해야 교사에게 이롭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고 말했다. 또한 A씨에게 수학여행 동행이 가능하겠냐고 물었는데,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저히 어렵다고 밝혔다는 입장이다. 대직자를 구하는 과정도 장기 휴가여야 가능하다는 규정에 근거해 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병가 중에 업무 지원을 요청한 점은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A씨는 '수행평가와 함께 진도가 나간 지점까지 집필고사를 출제해줄 수 있냐'고 학교 측이 물어왔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 측은 '수행평가와 관련해 예시를 보내줄 수 있냐'고 A씨에게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고등학교 교원들 역시 교권 침해, 교사 대상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고, 범죄 이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어려움에 처한 교사에게 합당한 보호 조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A씨에게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력을 다해 교사를 보호하겠다. 또한 제도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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