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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대통령실 생중계? 질문 잘하면 기자 지지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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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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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0488

 

 

[인터뷰] 책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 발간한 박재영 교수
130여년 동안 한국의 ‘좋은 기사’ 100건 모아 기준 제시
“평범한 소비자 눈에서 좋은 기사는 술술 잘 읽히는 것”
“기자들, 강성 팬덤 항의 너무 의식할 필요 없어” 조언도

 

 

▲ 지난 16일 고려대 미디어학관에서 만난 박재영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 지난 16일 고려대 미디어학관에서 만난 박재영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기자 출신인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좋은 기사에 '진심'이다. 2021년 현장 기자들과 좋은 기사에 대해 토론하는 공부모임(N클럽)을 만들었고 이 모임을 토대로 2022년 17개 언론사 소속 51명 기자들이 사단법인 '저널리즘클럽Q'를 창립했다. 현재 약 150명의 현장 기자들이 모인 이 클럽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가지며 '좋은 기사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간한 책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도 그 진심의 일환에서 나왔다. 130여 년 동안 한국의 좋은 기사 100개를 모아 "언론 내외부의 난국 타개를 위해 기자가 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좋은 기사라고 강조했다. 1905년 황성신문의 을사늑약 강제 체결 과정 보도부터 2024년 한국일보의 세월호 참사 10주기 보도까지, 세기에 걸친 좋은 기사의 배경과 이유가 담겼다.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디어학관에서 만난 박재영 교수는 "한국에도 좋은 기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그것을 꼭 찾고 싶다는 욕심"으로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방대할 수밖에 없는 자료 조사 과정에 대해 그는 "왕도는 없다"며 "현장 언론인들과 원로 언론인들을 만났고 기자들이 쓴 책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이 2021년 6월. 책이 나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 (2025, 이채, 박재영 지음)
▲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 (2025, 이채, 박재영 지음)

'좋은 기사'란 무엇일까. 기자들은 자신의 출입처와 관련된 '단독'과 '속보'를 좋은 기사라 생각하기 쉽다. 당장 내 출입처에서 취재원과 기자들의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기준을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일반 사람들은 이 기사가 출입처에서 의미 있는 단독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기자들만큼 특종이나 단독에 예민하지 않아요. 지면 1면에 실린다고 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평범한 소비자 눈에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은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기사입니다."

박 교수는 기자와 만날 때도 '지금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독자 입장에서 일문일답식의 인터뷰 구성은 일방적인 나열이라 단조롭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일문일답식의 구성을 생각하고 있던 차라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주로 쓰는 '역피라미드식'의 기사도 지나치게 형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역피라미드 구조는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맨 위에 전달하는 방식인데, 정보 처리 측면에서 효율적이긴 하지만 기사를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긴 기사를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전자책 같은 건 기사보다 훨씬 길어도 사람들이 돈 주고 보잖아요. 뻔한 거죠. 독자가 끝까지 눈길을 주도록 끌고 가는 힘이 없는 겁니다. 기자들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에요. 여러 환경과 조건들 때문에 좋은 글을 쓸 기회가 없습니다. 역피라미드 구조를 버리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거죠. 군더더기 쳐내고 필요한 정보만 딱 넣고, 이런 형식적인 건 너무 공급자 입장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 박재영 교수 책에 실린 한국일보 1962년 2월10일자 기사.
▲ 박재영 교수 책에 실린 한국일보 1962년 2월10일자 기사.

박 교수는 '좋은 기사'의 사례로 한국일보의 1962년 2월10일자 기사 <모정의 뱃길 3만4천리, 6년을 하루같이 20리길 노 저어 딸 등교시킨 어머니>를 들었다. 딸을 당시 국민학교에 보내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을 매일 배로 노를 저어 등교시킨 어머니를 다룬 기사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이트(사실 전달) 기사이지만 문학적인 표현과 위계적 등장인물 배치로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감동을 준다.

하지만 좋은 기사를 쓴다 해도 자극적인 기사들 속에 묻히는 건 아닐까. 품을 많이 들인 기획성의 기사보다 정파성에 충실한 기사가 훨씬 더 많이 읽히는 세상이다. 좋은 기사의 기준이 '내 정치적 입장에 맞는지'의 여부로 달라지기도 한다.

박 교수는 뉴스의 독자 대다수는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이 언론에 대해 이런저런 항의를 많이 하지만 결국 "숫자는 극소수"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이 해야 할 것은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를 뉴스와 친해지도록 하고 소비자로 만들어 구독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브리핑룸에서 질문하는 기자의 얼굴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선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을 우려했다. 특정 기자에 대한 '좌표찍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비추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 논란에 대해서도 '일반 독자'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들에게 언론의 역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 지난 16일 고려대 미디어학관에서 만난 박재영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 지난 16일 고려대 미디어학관에서 만난 박재영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영국 BBC를 보면 기자들이 유력 정치인에게 엄청난 돌직구를 날립니다. 사람들이 BBC를 지지하니까 생중계가 기자들에게 더 날개를 달아주죠. 우리나라는 반대에요.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위축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을 또 너무 신경 쓰는 것도 어리석은 거에요. 항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전체 국민을 생각해 보면 소수입니다. 휘둘릴 필요가 없고 대신 질문을 엄청 잘하면 돼요. 특정 팬덤은 기자가 어떻게 질문해도 항의를 하겠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기자를 지지하게 돼 있습니다. 사람들도 다 알잖아요. 기자가 뭘 해야 하는지를."

현장 기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시간 없음'이다. 박 교수도 현장 기자들이 "시간이 너무 없다"는 고충을 가장 많이 토로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언론사가 편집국 차원에서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환경을 기자에게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자연스럽게 포털 종속 등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국이 흔히 고민하는 페이지뷰(PV)는 단기적인 수익일 뿐 단골손님을 만들지는 못 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좋은 기사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재방문해서 다시 읽고, 옆 사람한테 공유하고 그래야 구독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 기사를 어디에서 쓴 것인지 구분 못 하게 된 건 언론사들이 자초한 거에요. 구분할 수 있도록 기사를 만들지 않았거든요. 현장 기자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도 '다르게 써라'입니다. 데스크들도 그걸 허용해줘야 되고요. 여기 책에 나온 좋은 기사 대부분은 데스크가 지시를 해서 나온 것들이에요. 조금만 여유를 주면 지금의 기자들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박재영 교수는 2023년 시상을 시작한 'Q저널리즘상'의 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저널리즘클럽Q는 "단독, 특종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기사의 가치를 평가해온 기존 언론상과는 달리 기사의 품질과 저널리즘 원칙 준수 여부 등을 기준 삼아 수상작을 가렸다"고 밝히고 있다. 박재영 교수가 제시했던 좋은 기사의 기준과 유사하다. 좋은 기사를 쓰고 싶은 기자는 언제나 있다. 좋은 기사를 쓰면 책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에 등장하는 기사들처럼 사람들이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자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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