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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리박스쿨, 9년간 ‘민주주의 공론장 파괴’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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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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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51502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 입수

“우파 전략과 논리를 개발”, “유튜브 활용”, “각 사회단체로 확장”, “작가·기자·연예인 발굴”.

2018년 8월24일,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은, 우파 사상 개발과 여론 확산 계획을 세세하게 열거했다. 한해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우파 세력을 두고, “(우파) 리더들은 과격한 시위를 자제토록 한다”, “국민저항권 행사 못함” 등 온건성을 문제로 지적한 뒤, 문건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여론전을 통한 영향력 확대다. 이 문건은 2025년, 21대 대선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한겨레는 17일 서울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에 있던 공식 문서, 비공식 회의·보고 자료, 행사·강좌 전단, 기자회견문, 사업 계획서 문건 수십건을 확보해 그 내용을 살펴봤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리박스쿨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여러 단체(육사총구국동지회(육총), 전군구국동지연합회(전군연),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등)이 작성하거나 관리하던 것들이다.

문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연합, 이들이 공유한 황당한 뉴라이트 역사관, 그를 전파하기 위한 온라인·교육 전략, 제도권에 대한 접근 흔적을 담고 있다. 일부에선 폭력과 위법을 넘나드는 과격한 모습도 관측된다. 댓글 조작과 제도권 침투 의혹 등 최근 문제된 리박스쿨 활동이, 한 단체의 일탈이 아닌 ‘극단적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최소 9년 가까이 논의해온 체계적 전략의 단면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2018년 8월24일) 문건. 독자 제공.

 

우파 결집: “청와대 공격” 계획과 리박스쿨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17년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들에선, ‘보수우파 대통합’과 ‘결집’을 강조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전군연이 2017년 10월31일 만든 ‘구국포럼(강령, 정관)’ 문건에는 “보수 우파의 대통합을 목표로 세력을 결집하는 애국시민운동”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로 적혔다. 최근 드러난 리박스쿨 활동이 기독자유통일당, 자유연대,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 자유교원조합 등 숱한 우파 단체와 결합돼 나타나는 건, ‘결집’을 강조한 이들 활동 방식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구국포럼(강령, 정관)’(2017년 10월31일) 문건.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구국포럼(강령, 정관)’(2017년 10월31일) 문건. 독자 제공.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연계도 눈에 띈다. 리박스쿨 사무실을 함께 쓴 육총 명의로 2020년 8월4일 작성된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집회 계획 논의를 담고 있다. 집회 계획에는 “청와대 행진 [공격]”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군대를 편성하듯 결집 단체들(17곳)을 1~3제대로 나누고 “공격(행진) 개시 시간”까지 적은 계획에서, 리박스쿨은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공격 방향을 향하는 2제대에 포함됐다. 당시 경찰 대응으로 실제 청와대 ‘공격’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경찰 버스를 파손하는 등 결집된 이들의 시위는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2020년 8월4일).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2020년 8월4일). 독자 제공.
뉴라이트: “감옥 갈 각오” 하면 성인 추앙
리박스쿨과 관련해 특히 논란이 된 ‘뉴라이트 역사 인식’ 또한 많은 문건에서 과격한 형태로 논의되고 적혔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운영한 대한민국역사지킴이,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등 18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제주4·3특별법폐지시민연대의 2020년 8월10일 ‘제주4·3 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에는, 4·3 사건이 ‘폭동’으로 규정됐다. 이들은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가짜”라며 “가짜보고서에 의해 고등학교 교과서도 왜곡 서술되어 있다.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은 “제주 평화공원(폭도공원) 안의 사료관 전시물도 가짜”라고 적었다.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김대중 등의 내란음모에 의한 폭동으로 결론 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담은 문건도 있다. 2019년 ‘5·18 폭동’ 발언으로 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에서 제명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육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에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제주 4·3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위)과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아래).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제주 4·3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위)과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아래).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여러 부 발견된 ‘4·15 총선 부정의혹 요약’ 문건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산 프로그램 개표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이어지는 부정선거론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문건에 첨부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라는 제목의 글은 “양심을 속이는 언론인, 법조인”을 “짐승보다 못한 급”으로 분류했다. 반면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서 감옥 갈 각오를 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성인급”으로 추켜세운다. 부정선거론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사람의 수준을 나누는 식이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 문건.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 문건. 독자 제공.
여론 침투: “자손군 전성시대” 꿈꿨나
손효숙 대표를 비롯해 리박스쿨 관계자들이 강사로 참여한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회원 모집을 홍보하는 2021년 전단지에는 “자손군 전성시대를 위한 열정과 노력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줄임말인 ‘자손군’은 최소 4년 전에도 이들 사이에 널리 쓰인 표현이었고, 노인들을 상대로 한 스마트폰 교육이 사실상 노골적인 댓글 공작이었던 셈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 곳곳에는 유튜브·댓글·블로그를 활용해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 흔적이 담겨 있다. 한 회원이 전군연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서신에는 “다단계식 (SNS) 전달망”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등의 내용이 적혔고, 작성 주체와 시점이 불분명한 또다른 문건은 기사 제목과 댓글, 공감 클릭 수를 엑셀로 정리해 출력했다.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에 적힌 교육 주제 또한 “맘카페 커뮤니티”, “국회가입 청원”, “베스트 댓글” 등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문건.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문건. 독자 제공.
온라인을 통해 저변 확대를 꾀하고, 여러 단체가 결합해 과격한 주장을 이어가던 이들 단체의 영향력은 아스팔트를 넘어 제도권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5일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것으로 적혔다. 실제 정 전 총리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다. 국민연합에는 대한민국지킴이 리박스쿨, 전군구국동지연합회, 트루스포럼 등 2017년 이후 결집한 우파 단체들의 이름이 ‘함께하는 단체’ 명단으로 포진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 독자 제공.
공론장 파괴: 윤석열 우군 자처하며 세력 키워
21대 대선 댓글 조작 핵심 단체인 리박스쿨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주장과 행동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바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나타난 이들 단체의 모습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온 상식을 부정하는데다, 표출 방식에서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특히 이들이 긴 시간 공교육(늘봄학교)과 온라인(댓글 조작), 정치권 등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조직적인 댓글 달기 등 이들의 ‘여론전’은 민주주의 기반인 ‘공론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책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쓴 윤비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7일 한겨레에 “개인 차원의 댓글 가운데 비합리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몰고 가려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 자체를 망치는 행위”라며 “특히 정부나 관련 기관, 조직이 이들과 연결돼 있다면 ‘의견을 표출한 것뿐’이라는 해명으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박스쿨 등 우파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부 사례에 한정된 의혹에 그치지만, 최소한 이들 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우군을 자처하며 영향력을 키운 흔적은 여러 문건들에서 발견된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2022년 11월15일 80여개 우파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자유와연대’ 창립총회에 참석해 ‘홍보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담당하며 여론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와연대는 ‘우파 단체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격에 맞서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단체들이 교육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쌓아온 상식에 반하는 국가관·역사관을 전파하려 한 시도 또한 위험 신호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우파 단체들은 제주 4·3과 관련된 공식 기록이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거나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늘봄교육 같은 방과후 교육활동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인식을 전파하려고 시도했다. 뉴라이트와 한·일 극우 세력을 연구해온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사회학) 교수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일정 기준에 미달해, 이미 교과서 검인정 체제에서도 채택되지 않은 관점”이라며 “공식 교육 과정에도 없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교육하는 것은 일종의 선전·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박스쿨이 사실상 ‘정치 동원형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했다”고 덧붙였다.

“짐승보다 못한” 식의 과격한 표현으로 편을 가르고, “청와대 공격”을 계획하며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공격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과 연결된다.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는 “동료 시민을 갈등과 경합을 하면서도 함께 공화국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닌, 제거해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폭력은 다른 정치 세력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겠다는 뜻을 상징하며, 이는 우경화에서 극우화로 변질돼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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