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스무 살에 결혼자금 당겨 쓰더니, 3개 축구팀 구단주 된 '관습파괴자'

무명의 더쿠 | 06-16 | 조회 수 6400
[멋있으면 다 언니 - 미셸 강②] "그냥 그래야 하는 사회에서 나는 문제아였다... 이제 기회 제공할 차례"성과만으로 이를 수 없는 '리더'에 오른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사회적 울림까지 담겨 있다면, 멋지다. 멋있으면 다 언니다. <편집자말>

- [미셸 강①] "대륙마다 축구팀 갖겠다"는 여자 축구계의 '미친자'
 
  미셸 강은 2024년 7월 키니스카 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며, 하나의 재단이 여러 축구팀을 관리하는 멀티클럽 모델 구축에도 나섰다. 기원전 396년 올림픽에 출전해 마차 경주 종목에서 최초로 우승한 여성 '키니스카'의 이름을 딴 재단이다. 사진은 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kynisca.com

"'그냥 하면 된다'는 어떤 관습도 따르는 게 싫었어요. 규칙을 따라야 하는 사회에서 저는 문제아였습니다." (더 애슬레틱, 2024년 11월 22일)

세 개 나라의 세 개 여자 축구팀(프랑스의 OL리옹,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오네스)을 소유한 구단주, 미셸 강(66)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표현했다.

"옆집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네가 못할 게 없다"던 아버지와 11대·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윤자 의원)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의 반골 기질이 잘 나타난 것은 스무 살 때 였다.

전두환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인 1980년 정치적 격동기 때 서강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일찌감치 "여기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해도 CEO의 비서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 유학을 택했다.

"(나중에) 제 결혼 자금으로 쓰실 돈을 지금 저에게 주세요. 1년 학비만 대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그렇게 '한국'이라는 천장을 깨고 나갈 수 있었다. 훗날 미셸 강은 "그게 나의 첫 번째 비즈니스 거래였다"(더 애슬레틱, 2024년 11월 22일)고 말했다.

두 번째 천장 '여성이 세운 회사는...'
 
  <포브스>는 미셸 강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중 한 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포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forbes.com

CEO의 비서가 아닌 CEO를 꿈꿨던 미셸 강은 시카고 대학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고, 방위산업체 임원이 됐다. 그의 나이 48세이던 2008년, '모두가 미쳤다'고 말한 두 번째 비즈니스 거래가 이뤄졌다. 미국발 금융위기 한복판에 IT 기업을 창업한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 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팀워크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 달러일 때도 10억 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어요. 과감한 투자를 했기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2022년 9월 21일)

결혼 자금을 당겨 쓰며 자신의 미래에 투자했던 미셸 강은, 이제 자신의 회사를 세워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여성, 이민자, 창업가가 마주하게 되는 허들을 뛰어넘었다. 성공을 거뒀고, 2024년에는 기업을 매각하며 부호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셸 강의 재산은 12억 달러(약 1조 6376억 원)규모다.

세 번째, 다른 여성들을 위해 천장 깨기
 
  파산 직전이었던 런던시티는 미셸 강이 구단주가 된 후 1년 반 만인 2025년 5월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을 함께 축하하고 있는 미셸 강과 선수들의 모습
 www.londoncitylioness.com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세 번째 비즈니스 거래는, 시중 거래금의 10배를 주고 여자 축구단을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미국의 여자 프로 축구 리그에서 지분을 소유한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 구단주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잇따른 협상 결렬 끝에 미셸 강은 2021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을 3500만 달러(약 47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워싱턴 스피릿과 같은 리그 내 팀인 시애틀 레인FC가 대부분의 지분을 351만 달러에 매각한 데 비하면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워싱턴 스피릿을 인수할 당시, 선수들은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셸 강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축구단을 떠맡은 게 아니었다. 2022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급한 불은 껐으니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남자 축구 선수는 4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 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는 현실을 명확히 짚고 있었다.

미셸 강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릿을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셸 강은 본인 소유 팀의 처우 개선에만 나서지 않았다. 2024년 11월 미국 축구협회에 향후 5년 간 3천만 달러(약 41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축구협회는 이 소식을 알리며 "미국 여자 축구에 대한 역대 최대 기부액"이라고 전했다.

"미국 축구는 현재 운영 중인 국가대표팀 캠프의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으며, 이는 유소년 국가대표팀을 위한 연령대별 6개 캠프에 해당합니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캠프에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 축구 협회의 디지털 인재 발굴 플랫폼 구축에 도움이 돼, 청소년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10만 명의 여성 선수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미국 축구협회, 2024년 11월 19일)

여자 축구계의 지평을 바꿔내고 있는 미셸 강은 2024년 8월 여성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건강과 성과 향상 등을 위해 5천만 달러(약 68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4월 2500만 달러(약 340억 원)를 추가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내가, 이제 기회를 제공할 차례입니다"
 
  워싱턴 스피릿의 구단주 미셸 강.
ⓒ 워싱턴 스피릿 SNS 갈무리

이처럼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이유는 걸까.

"결국 우리의 목표는 모든 여성 팀이 (우리 팀처럼) 여성 선수를 훈련시키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미국 축구 같은 조직에서 훨씬 더 (이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인구의 절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이 일을 해야 합니다." (ESPN, 2025년 5월 6일)

더 궁극적으로는, '기회의 제공'이다. 인구 절반의 머리 위에 있는 '유리 천장'을 깨는 데 일조하려는 것이다.

"저는 지금의 여성 세대가 제가 겪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겪은 일이라는 건, 항상 더 많은 것을 증명하고 직장에서 한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5월 25일)

"나는 이민자고 운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어요.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입니다. 제가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으니까요." (가디언, 2024년 8월 19일)

자기 앞에 놓인 관습을 파괴해 온 그는 이제, 세상의 관습을 깨고자 한다.

이주연(leekija@gmail.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77346?type=journalists

기자 프로필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77346?type=journalists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6
목록
1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영화이벤트] 돌아왔단 마리오! <슈퍼 마리오 갤럭시> Dolby 시사회 초대 이벤트 320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0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9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AMAZE한 미션을 위해 우주로 간 아르테미스 호에게 로키가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
    • 21:43
    • 조회 30
    • 이슈
    • BTS 정국, 라방 논란 언급하며 큰절 “팬들에 대한 마음 진심…앞으로도 몸 부서져라 할 것”
    • 21:43
    • 조회 161
    • 기사/뉴스
    1
    • [속보] "미국·이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서 회담 시작" -이란 매체
    • 21:42
    • 조회 92
    • 기사/뉴스
    5
    • 틱톡픽 받으며 소소하게 스트리밍 역주행중인 케이티 페리 노래 2곡
    • 21:42
    • 조회 59
    • 이슈
    • 거의 mr제거 수준으로 들리는 킥플립 오늘자 음악중심 무대
    • 21:41
    • 조회 60
    • 이슈
    • 🚘🚗더쿠 자동차방 1418명이 참여한 제3회 차종조사 순위 결과 떴다🚘🚗
    • 21:41
    • 조회 336
    • 정보
    14
    • 오늘자 방탄소년단 진 얼굴
    • 21:41
    • 조회 275
    • 이슈
    2
    • 오늘자 엑소 콘서트 2일자 비주얼
    • 21:41
    • 조회 275
    • 이슈
    6
    • 언시때 왕사남 처음 보고 울다 불어터진 물만두 된 박지훈
    • 21:40
    • 조회 458
    • 유머
    3
    • 한국은 ㅋㅋㅋ, 일본은 www, 미국은 lol,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웃나요
    • 21:40
    • 조회 337
    • 이슈
    8
    • 롤 프로게이머 룰러 탈세 때문에 다른 게임 프로리그 망하게 생김.jpg
    • 21:39
    • 조회 533
    • 이슈
    12
    • 오늘 고글+빨간 치마 입고 개까리하게 무대 찢는 방탄 뷔
    • 21:39
    • 조회 414
    • 이슈
    • 이지랄로피테쿠스 << 이런단어 쓰면 그록이 번역이 가능함 ?
    • 21:39
    • 조회 577
    • 이슈
    5
    • "중요 부위 체모에 불붙여 촬영"…해병대 '가혹행위' 폭로 나왔다
    • 21:38
    • 조회 253
    • 기사/뉴스
    1
    • 언어 장벽이 무너졌으니, 이제 미국인들이 미터법으로 옮겨타도록 도와줄 때다
    • 21:37
    • 조회 440
    • 이슈
    • 일교차 개커서 반팔에 겉옷 걸치고 나다녀야 한다는 다음주 서울 날씨
    • 21:37
    • 조회 581
    • 이슈
    2
    • (아르테미스 2호) 음속 30배로 지구 낙하…휠체어 대신 두 다리로 '번쩍'
    • 21:36
    • 조회 408
    • 이슈
    2
    • broken heart를 한국어로 뭐라고해?
    • 21:35
    • 조회 1836
    • 이슈
    24
    • 코첼라 레전드로 남을거라 확신하는 여성 팝스타 공연들
    • 21:35
    • 조회 526
    • 이슈
    • BTS RM “7명, 함께 하기로 마음 먹어…변화 즐겨주길, 믿어달라”
    • 21:34
    • 조회 1014
    • 기사/뉴스
    5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