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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스무 살에 결혼자금 당겨 쓰더니, 3개 축구팀 구단주 된 '관습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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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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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으면 다 언니 - 미셸 강②] "그냥 그래야 하는 사회에서 나는 문제아였다... 이제 기회 제공할 차례"성과만으로 이를 수 없는 '리더'에 오른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사회적 울림까지 담겨 있다면, 멋지다. 멋있으면 다 언니다. <편집자말>

- [미셸 강①] "대륙마다 축구팀 갖겠다"는 여자 축구계의 '미친자'
 
  미셸 강은 2024년 7월 키니스카 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며, 하나의 재단이 여러 축구팀을 관리하는 멀티클럽 모델 구축에도 나섰다. 기원전 396년 올림픽에 출전해 마차 경주 종목에서 최초로 우승한 여성 '키니스카'의 이름을 딴 재단이다. 사진은 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kynisca.com

"'그냥 하면 된다'는 어떤 관습도 따르는 게 싫었어요. 규칙을 따라야 하는 사회에서 저는 문제아였습니다." (더 애슬레틱, 2024년 11월 22일)

세 개 나라의 세 개 여자 축구팀(프랑스의 OL리옹,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오네스)을 소유한 구단주, 미셸 강(66)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표현했다.

"옆집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네가 못할 게 없다"던 아버지와 11대·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윤자 의원)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의 반골 기질이 잘 나타난 것은 스무 살 때 였다.

전두환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인 1980년 정치적 격동기 때 서강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일찌감치 "여기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해도 CEO의 비서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 유학을 택했다.

"(나중에) 제 결혼 자금으로 쓰실 돈을 지금 저에게 주세요. 1년 학비만 대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그렇게 '한국'이라는 천장을 깨고 나갈 수 있었다. 훗날 미셸 강은 "그게 나의 첫 번째 비즈니스 거래였다"(더 애슬레틱, 2024년 11월 22일)고 말했다.

두 번째 천장 '여성이 세운 회사는...'
 
  <포브스>는 미셸 강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중 한 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포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forbes.com

CEO의 비서가 아닌 CEO를 꿈꿨던 미셸 강은 시카고 대학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고, 방위산업체 임원이 됐다. 그의 나이 48세이던 2008년, '모두가 미쳤다'고 말한 두 번째 비즈니스 거래가 이뤄졌다. 미국발 금융위기 한복판에 IT 기업을 창업한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 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팀워크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 달러일 때도 10억 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어요. 과감한 투자를 했기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2022년 9월 21일)

결혼 자금을 당겨 쓰며 자신의 미래에 투자했던 미셸 강은, 이제 자신의 회사를 세워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여성, 이민자, 창업가가 마주하게 되는 허들을 뛰어넘었다. 성공을 거뒀고, 2024년에는 기업을 매각하며 부호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셸 강의 재산은 12억 달러(약 1조 6376억 원)규모다.

세 번째, 다른 여성들을 위해 천장 깨기
 
  파산 직전이었던 런던시티는 미셸 강이 구단주가 된 후 1년 반 만인 2025년 5월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을 함께 축하하고 있는 미셸 강과 선수들의 모습
 www.londoncitylioness.com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세 번째 비즈니스 거래는, 시중 거래금의 10배를 주고 여자 축구단을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미국의 여자 프로 축구 리그에서 지분을 소유한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 구단주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잇따른 협상 결렬 끝에 미셸 강은 2021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을 3500만 달러(약 47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워싱턴 스피릿과 같은 리그 내 팀인 시애틀 레인FC가 대부분의 지분을 351만 달러에 매각한 데 비하면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워싱턴 스피릿을 인수할 당시, 선수들은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셸 강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축구단을 떠맡은 게 아니었다. 2022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급한 불은 껐으니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남자 축구 선수는 4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 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는 현실을 명확히 짚고 있었다.

미셸 강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릿을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셸 강은 본인 소유 팀의 처우 개선에만 나서지 않았다. 2024년 11월 미국 축구협회에 향후 5년 간 3천만 달러(약 41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축구협회는 이 소식을 알리며 "미국 여자 축구에 대한 역대 최대 기부액"이라고 전했다.

"미국 축구는 현재 운영 중인 국가대표팀 캠프의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으며, 이는 유소년 국가대표팀을 위한 연령대별 6개 캠프에 해당합니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캠프에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미국 축구 협회의 디지털 인재 발굴 플랫폼 구축에 도움이 돼, 청소년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10만 명의 여성 선수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미국 축구협회, 2024년 11월 19일)

여자 축구계의 지평을 바꿔내고 있는 미셸 강은 2024년 8월 여성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건강과 성과 향상 등을 위해 5천만 달러(약 68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4월 2500만 달러(약 340억 원)를 추가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내가, 이제 기회를 제공할 차례입니다"
 
  워싱턴 스피릿의 구단주 미셸 강.
ⓒ 워싱턴 스피릿 SNS 갈무리

이처럼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이유는 걸까.

"결국 우리의 목표는 모든 여성 팀이 (우리 팀처럼) 여성 선수를 훈련시키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미국 축구 같은 조직에서 훨씬 더 (이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인구의 절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이 일을 해야 합니다." (ESPN, 2025년 5월 6일)

더 궁극적으로는, '기회의 제공'이다. 인구 절반의 머리 위에 있는 '유리 천장'을 깨는 데 일조하려는 것이다.

"저는 지금의 여성 세대가 제가 겪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겪은 일이라는 건, 항상 더 많은 것을 증명하고 직장에서 한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5월 25일)

"나는 이민자고 운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어요.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입니다. 제가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으니까요." (가디언, 2024년 8월 19일)

자기 앞에 놓인 관습을 파괴해 온 그는 이제, 세상의 관습을 깨고자 한다.

이주연(leekija@gmail.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77346?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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