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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속옷 뒤진 30대男"…안동서 스토킹범 또 풀려났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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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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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44579

 

대구·동탄 이어 안동…‘스토킹 방치’ 논란

"구속수사 필요" 간절한 호소에도
검찰에선 '구속영장 기각' 석방
피해여성·가해자 같은 아파트 거주
도주우려 없다지만 보복 위험 여전

무죄 추정·개인정보법 이유로
피해여성, 가해자 누군지 몰라
보복 범죄 두려워 떠돌이 신세

스토킹 피해 3.2만건 역대최대
구속 요건은 법대로 좁게 해석
범죄 늘고 사회안전망 제자리

지난달 경북 안동시 용상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속옷을 뒤지는 모습. 피의자는 한 시간 동안 네 차례나 집을 드나들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했다. 독자 제공

 

경북 안동에서 20대 여성들의 집에 30대 남성이 네 차례나 무단 침입해 속옷을 뒤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지만 검찰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경기 동탄과 대구 등에서 구속 수사를 호소한 스토킹 피해 여성들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수사기관의 판단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아파트 거주…구속수사 호소에 검찰 "영장 기각"

 

지난달 경북 안동시 용상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속옷을 뒤지는 모습. 피의자는 한 시간 동안 네 차례나 집을 드나들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했다. 독자 제공

 

14일 안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0시 57분께 안동시 용상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C씨가 20대 여성 A씨와 B씨의 집에 무단 침입했다. C씨는 베란다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C씨는 옷장과 서랍을 뒤지며 수차례 속옷 등을 꺼내 들었다. C씨는 1시간 동안 총 네 차례나 여성들의 집에 다시 침입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 뒤 1시 58분께 집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A씨와 B씨 자택에 설치된 애완동물용 CCTV 영상과 현장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피의자 C씨를 특정해 체포한 뒤 수십 쪽에 달하는 구속 사유서를 첨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초범이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 C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안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반경 약 30~40m 이내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해 A·B씨에게 적극적인 신변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C씨에게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지 않았지만 영장이 기각된 이후인 지난 13일에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피해 여성들은 불안감에 시달리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달 중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유치장에서 풀려난 가해자의 나이대나 직업, 정확한 거주지도 알 수 없어서다. 경찰은 무죄 추정 원칙, 개인정보호 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피해자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A씨는 “단 몇 분만 일찍 귀가했어도 범인을 집 안에서 마주쳤을 수 있었다”며 “가해자는 우리를 알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 혼자 집에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직장 동료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사전에 여성들만 사는 집임을 파악하고 들어왔다는 것도 소름돋고 보복 범죄가 무섭더라도 수사기관을 믿고 신고했는데 내가 사는 집에서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절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흉악해지는 스토킹… 신고 보복 위험은 '피해자 몫'

 

최근 스토킹 범죄가 흉악범죄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며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50대 여성이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살해당한 채 가족에 발견됐다. 유력 용의자인 40대 남성 D씨는 대구를 벗어나 현재까지도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의 키와 생김새 등이 묘사된 수배전단을 뿌리며 탐문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용의자로 지목된 D씨는 범행 한 달여 전에도 살해된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스토킹범죄처벌법위반 등으로 그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대구지방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D씨가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여성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출입구에는 안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CCTV를 설치했다. 이 CCTV는 등록되지 않은 인물이 포착되면 경찰과 피해자에게 알림이 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여성은 스마트워치를 자진 반납한 상태였다고 피의자가 복면을 쓴 채 지능형 CCTV가 설치된 출입문이 아닌 가스 배관을 타고 아파트 6층으로 무단 침입했다. 경찰은 여성이 살해 당한 뒤에서야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경기 동탄에서도 전 연인을 스토킹하던 30대 남성이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모두 피해자가 사망 전 수차례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 피의자 30대 남성은 지난달 12일 오전 10시 41분께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전 연인인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분리조치돼있던 남성은 여성이 임시로 머물고 있던 오피스텔 주소를 알아낸 뒤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 피해자 역시 구속 수사를 적극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조치된 상황에서 보복을 우려했던 여성은 지난 1년여 동안의 피해 사례를 녹음한 파일을 녹취록으로 풀거나 글로 써 둔 600쪽 분량의 고소 보충이유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작년 스토킹 피해 3.1만 명… 사회적 안전망은 제자리

 

스토킹 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4513건이던 스토킹 신고 건수는 지난해 3만1947건으로 7배 넘게 늘었다. 보복 범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범죄 접수 건수는 2019년 385건에서 2023년 686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월까지만 해도 500건이 접수됐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는 전문시설 보호, 임시 숙소 제공, 신변 경호, 순찰 강화, CCTV 설치 등 여러 방안이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는 위급 상황에서 직접 버튼을 눌러야만 위치 전송이 가능해, 긴박한 범행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으로 인한 흉악 범죄를 막기 위해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기계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피해자 보호 중심의 사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행 제도는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 동종 전과 유무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서 스토킹 범죄자에겐 사실상 솜방망이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서예은 법무법인 가엘 대표 변호사는 "증오성 범죄는 단 한 번의 범행으로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토킹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이 피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구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속 수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해자 감시·추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한국의 접근금지 명령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감시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스마트워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GPS를 활용해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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