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브 XXXX”, “본체 존못.”
아바타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를 모욕하는 이 같은 내용의 글과 관련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게시한 행위가 해당 캐릭터의 실제 사용자(이하 ‘본체’)에 대한 모욕으로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8단독 장유진 판사는 지난 5월 14일, 플레이브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A 씨 등 5명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25가단50721)에서 “B 씨는 A 씨 등에게 각 1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메타버스 시대에 아바타는 사용자의 자기 표현이자 소통의 수단으로써 아바타에 대한 모욕이 곧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인격권’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법조의 주목을 받고 있다.
B 씨는 2024년 7월경 SNS 플랫폼 ‘X’에 자신이 운영하는 계정을 통해 플레이브와 그 본체를 향한 욕설 등이 담긴 글과 영상을 게시했다. 이에 플레이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인 A 씨 등은 “B 씨가 자신들에게 각 6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플레이브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 캐릭터이고, 실제 사용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플레이브 본체’와 A 씨 등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이 올린 게시물은 특정인을 향한 것이 아니므로 모욕죄 성립 요건인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지만, 반드시 성명이나 단체 명칭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표현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해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지 인식할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바타는 사용자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표현물로, 형법상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라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 세계와 디지털 공간이 융합된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아바타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이자 정체성,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아바타에 대한 모욕도 실제 사용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가 알려져 있고, 다수 대중이 아바타와 사용자를 동일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아바타에 대한 모욕이 곧 사용자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판사는 “플레이브를 통해 A 씨 등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소속사의 정책과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으며, B 씨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글을 게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 씨 등은 특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게시물의 표현 수위와 이후 정황 등을 종합해,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각 10만 원으로 제한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아이돌이다. 실제 인물이 아바타를 조작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플레이브는 2023년 데뷔한 5인조 남성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릴 이들의 첫 아시아 투어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실제 인물이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에 못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2025년 6월부터는 일본 데뷔 싱글을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https://www.lawtimes.co.kr/news/208792
이른바 '본체'가 특정 된다고 해석, 손해배상으로 배상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