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0421?sid=102

10년 넘게 다닌 단골 떡볶이집이 있었다. 해물이 들어가 국물이 시원하고, 뒷맛이 깔끔하면서 적당히 칼칼해 좋아했다. 한 주 치 스트레스가 쌓인 금요일 저녁에 주로 갔었다. 소주 한 잔 기울여 떡볶이를 먹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던, 소담하고 따뜻했던 그 가게.
떡볶이를 먹다 문득, 다른 이들 생각도 비슷한지 궁금해졌다. 필연 다들 맛있다고 할 거라고 믿었다. 별점 1점짜리 리뷰가 눈에 들어왔다. 이리 적혀 있었다.
'양념이 단맛도 없고 떡도 질기고 쫄면도 얇다. 태어나서 먹은 떡볶이 중 최악.'
아무리 맛이 주관의 영역이어도 이건 정말 아닌데. 그때 떠오른 건, 누군가 남긴 안 좋은 별점 리뷰를 보고, 그걸 믿고 걸렀던 많은 가게였다.
누군가에게 별점 1점인 가게가, 내게도 정말 그러할까. 궁금증이 일어 아예 직접 다녀보기로 했다. 하루 내내 별점 1점 리뷰가 달린 가게만 가봤다.
ㄱ카페부터 갔다. 그 카페 리뷰엔 자몽에이드에 대한 혹평이 적혀 있었다.
'편의점 1000원짜리 주스보다 맛없네. 최악이다.'
그렇게 맛없단 자몽에이드를 굳이 시켰다. 정말 리뷰처럼 맛이 최악일까. 잠시 뒤 눈앞에 놓인 자몽에이드는 먹음직스러웠다. 큰 빨대로 후루룩 마셨다. 살짝 달짝지근하고 큼직한 자몽 덩어리가 씹혔다. 자몽을 많이 갈아 넣은 게 느껴졌다.
내게는 꽤 맛있었다. 별점을 굳이 매긴다면 4.5점 정도는 되는 맛이었다.
ㄴ카페도 갔다. 여긴 프랑스식 빵 디저트가 유명했다. 그 디저트에 남겨진 별점 1점짜리 리뷰를 봤다. 악의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디저트는 너무 인위적이고 오래된 맛이 난다. 크라운 산도(과자) 먹는 것 같았다. 최악이다. 속도 안 좋아서 활명수 먹었다.'
빵 디저트를 검증해 볼 차례였다. 천천히 맛을 봤다. 겉면의 빵 감촉이 바삭하고, 속은 여러 겹으로 돼 있어 씹는 맛이 즐거웠다. 산딸기 크림도 적당히 단 편이라 균형감이 좋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그 빵은 내게는 오래된 맛도, 인위적이지도, 과자 같지도 않았다.
그날 하루 종일, 이리 직접 다니며 누군가 남긴 별점 1점 후기를 검증해봤다. 깨달은 건 이런 거였다. 누군가에게 별점 1점인 가게가, 내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별점 5점이라고 해서 믿고 간 가게가, 늘 그렇진 않았던 것처럼.
이를 통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했다. 평균 별점 같은 것만 보고, 함부로 그 가게가 어떤지 판단하지 말자고. 별점 1점이라며 막 평가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봤으면 싶다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영업자가 보였기 때문에. 예컨대 별점 1점짜리 리뷰가 달린 ㄴ카페의 빵 디저트 말이다. 대화하다 만드는 과정이 어떤지 들어봤다.
"밀가루와 버터와 물을 넣어 반죽하지요. 냉장고에 하루 숙성하고, 다음 날 기계에다 죽죽 얇게 펴주고요. 5번을 그렇게 반복해서 냉동고에 또 넣어요. 하루 뒤 오븐에 50~60분 굽고 식혀요. 거기에 크림을 채우면 됩니다."
3일 걸려 만든 거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싶었던 건, 별점을 남길 때 조금만 더 숙고하여 썼으면 좋겠단 바람. 그 너머엔 어김없이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매일 같이 하소연이 오가고 있다.
"매번 주문하면서 별점 1점 리뷰를 남기는 손님이 있어요. 아무런 코멘트도 없이요. 이대로면 별점이 계속 낮아질 것 같아요. 고칠 점이 있다면 개선할 테니 제발 연락 달라고 썼는데도 아무 응답이 없네요. 너무 답답하네요."
그걸 알기에, 별점 리뷰를 검증한 가게에선 이리 작게나마 응원도 했었다. 자몽에이드를 마신 뒤 좋은 재료를 쓰신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환히 웃으며 이리 말했다.
"재료에 신경 많이 쓰는 편인데, 그걸 알아주시다니 감사하네요.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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