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75259
케네디 주니어 장관, 17명 한꺼번에 해임
“제약사와 연관” 주장···외신 “사실 아닐 것”
공중보건 전문가들 “국민 건강에 좋지 않아”

대표적 ‘백신 음모론자’로 꼽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백신 자문위원을 한꺼번에 해임하며 미국 공중 보건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는 9일(현지시간)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 전원을 해임했으며 새로운 위원들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ACIP 위원들 대부분이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사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는 등 끊임없는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려왔다”며 “새로운 위원들은 백신 산업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이해 상충 관련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ACIP 위원들이 백신제조업체와 연관 있는 기관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결정은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CDC가 백신 접종 방침을 두고 갈등을 벌이던 중 나왔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를 제외했으나, CDC는 사흘 뒤 “건강한 어린이도 여전히 접종 대상”이라며 배치되는 입장을 밝혔다.
ACIP 위원들은 백신 관련 데이터 등을 검토해 기반해 백신 접종 권고안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CDC 국장은 위원들이 제안한 안을 정책으로 최종 승인한다. 위원들은 역학 연구자, 감염병 전문 의사, 소아과 의사 및 백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해임된 ACIP 위원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중 임명됐다. CNN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4년 임기의 ACIP 위원들을 임명 및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위원 전원을 조기 해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결정에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조지 벤자민 미 공중보건협회 전무이사는 AP에 “케네디의 대량 해고는 쿠데타”라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국민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스콧 미 의학협회 회장은 “ACIP는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신뢰할만한 조언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며 “케네디의 조치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의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해고된 위원 중 한 명은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성명 발표 후 해고 통지를 받았다며 “평생 이렇게 공중 보건에 해로운 일은 본 적이 없다. 이는 미국 내 백신 접종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등의 주장을 해온 대표적인 백신 음모론자다. 그는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백신 거부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백신 반대 운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