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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지방 내려보냈더니 사랑에 빠진 공기업... 사내 부부 10년새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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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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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 한수원, 사내 부부 669쌍
공기업 10곳 중 7곳이 100쌍 넘어


2015년 서울 역삼동에서 충남 태안으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서부발전의 김모(32) 대리는 지난 3월 말 ‘사내(社內) 부부’가 됐다. 아내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터빈 관련 업무를 맡게 된 작년 초. 김 대리는 “일부러 사내 식당과 카페는 물론, 회사 밖에서도 ‘애프터’ 자리를 만들려고 수차례 시도한 끝에 연애를 시작했고 1년여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며 “학교 등을 나온 수도권에서 결혼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 보니 나처럼 사내에서 배우자를 찾는 ‘컴퍼니 커플(CC)’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 10년 전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김씨 같은 ‘컴퍼니 커플’이 늘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지방 이전 공기업 10곳 중 7곳은 사내 부부가 100쌍 이상이었다. 직원 수가 약 1만3000명인 한수원은 전체 직원 10명 중 1명에 달하는 669쌍이 사내 부부였다. 지방 이전 직전인 10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대도시와 먼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연애 상대를 만날 기회가 적은 데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려는 공기업들이 결혼·출산을 위한 복지 제도를 확대하면서 사내 부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백만~수천만 원이 드는 결혼식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대주거나 다자녀 부모에게 호봉을 가산해주는 등 지원이 두꺼워지자 결혼에 용기를 내는 사내 커플이 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낯선 도시’ 취직했다가… 옆자리 대리님이 남편 됐다

 

8일 본지가 2013년 이후 서울에서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 10곳의 사내 부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서부·동서·남동·중부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7곳은 부부끼리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100쌍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사내 부부 2배 늘어난 한수원

 

2016년 서울 삼성동에서 경북 경주로 본사를 옮긴 한수원은 지난달 말 기준 사내 부부가 총 669쌍, 직원 수로는 1338명에 이른다. 전체 임직원 1만2669명 중 10.6%를 차지한다.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기 전인 2015년 직원 수가 1만842명, 사내 부부가 307쌍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충남 태안의 서부발전은 지난달 말 기준 직원 2671명 중 사내 부부가 125쌍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사내 부부 수만 60% 넘게 늘었다. 2014년 경기 분당에서 대구로 옮긴 한국가스공사는 지방 이전 직전 55쌍에서 지난달 말 112쌍으로 늘었고, 울산의 한국에너지공단도 직원 748명 중 29쌍이 사내 부부다.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 결혼하는 부부가 늘면서 출산 자녀가 꾸준히 늘어나는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서부발전은 출산 자녀가 2021~2022년에는 각 71명, 2023년 73명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104명으로 1년 만에 42%나 증가했다. 작년부터 사택에 입주할 때 태아(胎兒)도 동반 가족 수에 포함하도록 해 출산 지원 혜택을 강화했고, 남성 직원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도 보다 확대하면서 아이를 낳는 직원이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10년째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장인성(37) 차장이 대표적 사례다. 입사 동기인 아내와 2년간 연애한 끝에 2018년 결혼한 장 차장은 세 자녀의 아빠다. 장 차장은 “사내 부부가 되면 아이가 사택 내 어린이집에 입학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양육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며 “지방 공기업에 내려와 있어도 결혼·출산을 위한 복지가 탄탄해 아이를 낳고 기를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주위에 만날 사람 없어 사내에서 구해요”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진 것일까. 수도권에서 멀고 낯선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만날 상대가 없어 결국 사내로 눈을 돌린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발전 공기업 직원은 “시청 공무원이나 학교 선생님과 소개팅하고 나면 더 이상 회사 밖에서 만날 사람이 없다”며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미팅 행사나 사내 동호회에 참여해 상대를 찾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보니 결국 사내 커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이전 공기업에서 결혼·출산을 위한 복지 혜택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한수원은 기존에 100만원씩 지급하던 출산축하금을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에 300만원으로 늘렸고, 두 명 이상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승진 시 ‘다자녀 가점’도 부여하고 있다. 2019년 울산으로 이전한 한국에너지공단은 셋째 이상 낳으면 희망 지역에 우선 배치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고, 중부발전은 난임으로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남녀 직원 모두에게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20~30대 직원들이 결혼을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을 겪는 ‘집 문제’도 사택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남동발전은 결혼하면 ‘가족 사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지난 2월 입사 동기와 결혼한 최모(28) 대리는 “입사 직후에는 기숙사에 살았지만, 결혼하면 방이 1~2개 달린 가족용 사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0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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