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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문제는 가짜뉴스가 아니라 '탈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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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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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7886&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정치권과 교육 현장을 뒤덮은 온라인 탈진실, 이제는 공론화되어야 한다

2016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발표한 그해의 단어는 '탈진실'이었다. 탈진실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짜뉴스'는 사실 '탈진실'의 한 부분일 뿐이다.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는 그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진실이나 거짓에 대한 무관심, 즉 사실을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개소리(bullshit)"라고 불렀다. 탈진실은 바로 그런 "개소리"가 일상화된 것으로, 온라인 공간이라는 비옥한 토양에 힘입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이다.

"명확성은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혼란은 독재자의 도구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대표적인 탈진실 현상은 제22대 총선 조작 의혹이다. 12.3 계엄 선포 사유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는 '부정선거론'을 핵심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가짜뉴스'가 아니라 명백한 탈진실이다.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가 제시한 탈진실의 3단계에 따라 분석해보면 온라인 탈진실의 전형적인 병리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썸네일로 시청자에게 부정선거론을 각인시켰으며(진실이 아닌 정보의 생산과 전파), 법정에서 이를 부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제시되어도 부정선거론 지지층은 "사법부도 이미 장악당했다"라는 식의 음모론적 서사를 강화하며 진실을 외면하였고(자기기만), 탄핵 이후에도 부정선거론 지지자들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감정과 믿음을 중심으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대중의 반응이 사실 여부를 바꾼다고 믿는 인식 전환).

12.3 계엄 사태가 보여주듯, 탈진실이 대통령과 같은 공적 지도자의 사고에 뿌리내리게 되면 그 폐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와 관련해 대니얼 골먼 하버드대 교수는 "사적 감정을 공적 책무감으로 비약하는 편향적 사고가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학교를 정복한 탈진실

탈진실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고등학생으로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문, 교묘하게 왜곡된 정보, 익명 커뮤니티의 비난 글 등의 형태로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탈진실 현상을 목격했다.

 

2025년 5월 OO고등학교에서 학생 및 교사 12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탈진실 관련 다중 응답 설문조사 결과이다.

 

필자가 재학 중인 OO고등학교의 학생 및 교사 12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탈진실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우선 "다음 중 본인이 경험한 온라인 탈진실 유형을 모두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에는, 주어진 6개 항목 중 "특정 학생 관련 허위 정보"(68.4)와 "특정 집단(동아리 등) 관련 혐오 발언"(67.5)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학생들의 일상생활 및 관심사와 직결되는 영역의 정보일수록 탈진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탈진실 현상을 증폭시키는 OO고의 특성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4개 항목 중 "기숙학교라는 폐쇄적인 환경"(86.8%)을 선택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적은 학생 수로 인한 긴밀한 인간관계"(41.2%) 또한 주요 특성으로 꼽혔다. "SNS의 불가피한 이용"(8.8%)을 선택한 학생의 수가 가장 적었는데, 이는 학생들이 SNS를 기본적인 소통 수단으로 인식하여 SNS가 탈진실에 기여하는 정도를 간과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티커 설문조사의 형태로 진행했기 때문에 필자는 설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취재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탈진실"이라는 단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으며,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는 것 자체를 흥미롭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탈진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행해지는 학교폭력예방교육조차, 타인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나 온라인 상의 혐오 발언을 "명예훼손", "학교폭력"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완전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헛된 시도가 주를 이룬다. 이와 같은 단면적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 확인이나 법적 규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인식 왜곡 현상 전체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탈진실'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교육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다.

'가짜뉴스'가 전부가 아니다

현재 탈진실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는 미약해 보인다. 지난 5월 13일 기준, 가짜뉴스와 관련해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만 7개였다. 그러나 이들이 불법정보의 처벌에 관한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가짜뉴스의 사후 차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탈진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위의 사례들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가짜뉴스'는 '탈진실'이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가짜뉴스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감정을 자극하는 프레이밍, 맥락을 지우는 헤드라인 속 언어 구조, 단순화된 서사로 무장한 탈진실 콘텐츠는 대중의 인식을 교란한다. 따라서 우리는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국소적 처방을 넘어서 '탈진실 대응'이라는 구조적 접근으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

감정이 아닌 진실의 사회를 향하여

탈진실 현상이 정치권과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으로 침투하고, 온라인 매체가 끊임없이 활성화됨에 따라, 온라인 탈진실 문제는 민주주의와 진실 그 자체를 왜곡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성장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력을 체계적으로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수적이며,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정보 검증 시스템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개별적 팩트체크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정보 판별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기존의 '가짜뉴스' 대응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탈진실'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 접근으로 시선을 돌릴 때, 비로소 '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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