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김혜경여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이재명이 쓴 글.txt
43,536 329
2025.06.05 22:34
43,536 329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wFAlKZ


재명혜경영원해..........

목록 스크랩 (14)
댓글 3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37 01.08 24,97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16,80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98,28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5,26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04,84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9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2,6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2,6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7762 유머 진짜 다시는 리트리버 안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유 17:50 4
2957761 유머 (펌) 언니가 형부 델고오는거랑 형부한테 다 시키는거 좆같은데 말할까 말까 ㅋㅋㅋㅌ 1 17:49 565
2957760 이슈 인도인이이웃으로이사왔는데 7 17:45 394
2957759 이슈 개신교인들이 "우리는 사람이 많아서 자정이 힘들어.." 하는게 안 와닿는 이유 13 17:44 655
2957758 기사/뉴스 인터넷 수난 양양군, 진위 밝히기 ‘진땀’ 1 17:43 574
2957757 이슈 채수빈 인스타그램 업로드.jpg 4 17:43 540
2957756 유머 칭찬듣고 부끄러워서 어쩔줄모르는 김고은 6 17:43 458
2957755 이슈 모태솔로에서 정목이 외적으로 막 뛰어난건아니지만 몰표받은 이유.jpg 12 17:42 1,153
2957754 기사/뉴스 "한숨 듣다 병날 것 같아요" 진짜였다…옆사람 스트레스, 실제로 내 몸 망가뜨린다 24 17:41 940
2957753 기사/뉴스 민희진, 빌리프랩 50억 반소 청구 이유 "인센티브 손해 때문" 5 17:41 424
2957752 기사/뉴스 [KBO] 롯데 김원중, 이런 선행을! 저소득층 어린이병원 5000만원 쾌척 → 전액 수술비 및 치료비 5 17:41 134
2957751 이슈 붕어빵과는 차원이 다른 쌀로 만든 멧돼지빵🐗 10 17:40 984
2957750 유머 아는 사람만 아는 흑백요리사 시즌1 실력 GOAT.jpg 6 17:40 990
2957749 이슈 유튜브에 1999년에 방송한 mbc다큐 성공시대 후덕죽셰프편 올라와서 보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어디서 많이 본 책이 나와서 눈을 의심함 1 17:39 931
2957748 이슈 살다 보니 레이첼 맥아담스가 직장 왕따 역할 하는 것도 다 본다.jpgif 28 17:34 3,090
2957747 이슈 핫게 간 사건반장에 올라온 양양핸드크림카페 ❌ 속초핸드크림카페 ⭕️ 13 17:32 2,489
2957746 이슈 겨울이라고 겨울템 꽉꽉 채워준 오늘자 츄 뮤직뱅크 역조공..♥ 2 17:31 1,097
2957745 이슈 지미키멜쇼에서 헌트릭스가 부른 GOLDEN Live (glowin' version) 10 17:28 687
2957744 이슈 [gs25 x 흑백요리사2 콜라보 커밍쑨] 흑백 요리사2 셰프들과 콜라보해서 나왔으면 하는 메뉴는?! 21 17:26 1,580
2957743 이슈 @하투하 근데 또 너무 칼군무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봐도 메인댄서인 멤버가 치고 나오는 >>이 몸 등 장<< 파트가 있는 게 맛 26 17:26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