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원 필요하나" 계속 묻고 답했다…이재명식 220분 김밥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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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회의에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현안 보고가 이뤄졌다. 각 부처 장·차관이 5분간 현안을 보고하면, 이 대통령이 질문하며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엔 “소상공인과 서민 가운데 악성 부채가 있는 사람들에겐 어떤 지원이 필요하냐”라고 물었고, 과기부엔 “인공지능(AI) 분야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엔 “쌀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게 기본 방향이라면, 대체 작물 재배로 유도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국무회의는 대체로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원고에 적힌 대로 모두발언을 하고 각 부처 장관 역시 미리 준비한 보고를 마치면, 필요한 의결 사항만 안건별로 의결한 뒤 끝내는 식이었다. 대통령이 시나리오에 없던 발언을 하더라도, 대부분 일방적인 지시일 뿐 문답이 길게 오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선 대통령과 장·차관의 질의응답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한다. 장관 대신 회의에 참석한 한 차관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계속 문답만 오갔다”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굉장히 자세하게 물어봤다”고 했다.
또 다른 회의 배석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말을 길게 하고 어쩌다 한두 사람을 특정해서 ‘얘기해보라’고 하는 식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본인이 궁금한 게 많아서인지 남의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으려고 했다”고 말았다.
회의 뒤 참석자들 사이에선 “선거 유세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문제라고 지적된 사항이나 평소 궁금했던 것을 많이 물어 토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시장·도지사를 지내고 오랫동안 정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내용을 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질적인 국무회의 같아 보였다” “대통령이 알아듣는 속도가 빠르다. 감이 좋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당초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날 국무회의가 2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정했다. 그러나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회의는 3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이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회의 도중 김밥을 주문해 한줄씩 먹으면서 점심을 대신했다. 회의 과정에서 특정 부처 장관을 질책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오현석·김규태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