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tapa.org/article/tYMvl
https://www.youtube.com/watch?v=u7ZaPeVFIZo
뉴스타파가 극우 역사 교육단체 ‘리박스쿨’의 댓글공작팀 운영 사실을 처음 폭로한 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후보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전혀 저는 알지 못한다. 더구나 댓글 뭐 이런거 하고는 저는 전혀... 리박스쿨이 댓글 다는지 알 게 뭡니까.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라고 해명했다.
이어 ‘2018년 리박스쿨 대표 관련 단체의 강연에 참여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리박스쿨에서 누구를 안다, 모른다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댓글이 문제 아니냐”고 답했다. 일종의 동문서답이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김 전 후보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대답을) 할 수도 없는 것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데, 댓글이나 그런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음 날(2일) 김 전 후보는 오히려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댓글 조작의 원조 드루킹 세력이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리박스쿨로 저를 엮어 마약 중독같은 선거 공작을 펼치고”라며 이재명 후보 측을 비판했다.
김 전 후보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를 "안다" 혹은 "모른다"고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문수 전 후보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친분이 깊다는 서울시 자유공무원 노조 김병수 위원장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들은 함께 만나 식사를 했으며, 그 자리에는 이희범 씨 등 또 다른 보수 단체 리더들이 동석했다.(관련 기사 : “김문수-손효숙-이희범, 인사동 식당서 모였다”) 이 같은 사실은 김병수 위원장이 제공한 사진 자료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업추비 내역 등을 토대로 검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 말고 당시 점심 회동에 참석한 또 다른 인물(A씨)의 증언이 나왔다. 이에 더해 김병수 위원장은 점심 회동 당일에 자신이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취재진에게 제공했다. 회동 당일, 자신의 동선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였다.
2023년 인사동 '뜨락 회동' 동석자의 증언
A씨는 김병수 자유공무원노조 위원장과 함께 노조를 설립한 인물이다.
A씨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김문수 전 후보와 손효숙 대표가 오래된 사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공무원)노조 만들었을 때 김문수하고 같이 자리를 많이 했는데 그때 손효숙 씨는 그 옛날부터 왔다갔다 했고, 행사도 거기서 많이 했고 행사에 꼭 참석했고. 근데 그 김문수 씨 하고는 잘 알죠, 손효숙 씨하고. 그때 그 핵심에 포스트에 꼭 참석했던 게 김병수 위원장이다”라며 본인의 직접 경험담을 증언했다.
이어 A씨는 극우단체 리더인 이희범 씨가 대표로 운영한 서울 인사동 식당 ‘뜨락’에서 김 전 후보와 손 대표를 함께 만난 날도 정확히 기억했다. 그날 점심식사는 노조 창립 바로 다음 날 만들어진 특별한 자리여서 지금도 자세히 기억이 난다고 했다.

A씨는 “그 다음 날 (뜨락에) 갔으니까, 노조 창립하고...그날 아마 축하해준다고 했을 거다. (10월) 10일과 11일이 왜 기억되냐면 11일이 김병수 위원장님과 (김문수가) 좀 인연이 싶은 사이가 그래갖고 그날 기념이 (되고) 좋다 이렇게 된 걸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구동성 "김문수와 손효숙이 노조 포섭 시도"
그러면서 김문수 당시 대통령실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점심식사 자리를 주선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문수 후보가 공무원 노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김병수 위원장과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등을 접촉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문수가 뒤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그쪽 그러니까 국힘당(국민의힘) 쪽으로 이쪽 세력화 하려고 했던, 저변 확대를 하려고 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새로 만든 자유공무원노조를 '포섭'하려고 만들어진 점심 자리였단 주장이다. 이는 김병수 위원장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현직 경사노위 위원장이 특정 노조를 뒤에서 지원하고 포섭해서 무늬만 노조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노사정이 평등하게 대화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바로 경사노위의 법적 설립 취지이기 때문이다.
손효숙 대표는 당시 노조 설립을 도우며 리박스쿨 주소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고, 김문수 전 후보는 이들을 불러 '포섭'을 시도했다는게 김병수 위원장과 A씨의 일치된 증언이다.
신용카드로 확인된 회동 당일 '동선'
'뜨락 회동'을 최초 제보했던 김병수 위원장은 뉴스타파 인터뷰 이후, 자신이 김문수, 손효숙 등과 ‘뜨락’에서 만난 날짜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라며 영수증 하나를 제공했다.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다.
2023년 10월 11일, 김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와 점심식사를 한 뒤, 동석한 이희범 씨가 이끄는 자유연대가 만든 국민노조(서울 종로구 종로빌딩 소재)에서 노조 관련 회의를 했다. 이후 종로빌딩에서 100미터 떨어진 OO문구점에서 앞으로 노조에서 사용할 도장을 주문하고 문구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곳은 식당 '뜨락'과도 가까운 곳이다.

김 위원장은 한때 김문수 후보와 카톡을 주고 받고 관악산 주말 등반을 같이 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워낙 노동 운동을 열심히 하셨으니까 등산을 하거나 모임이 있거나 이럴 때마다 ‘노동 활동을 한번 해 봐라’ 이렇게 하면서 권유를 해 주시고 ‘노조에 참여를 해 보라든지’ 이런 식으로 해 주시고 가끔 카톡이나 텔레그램으로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라든지 그러한 자료들을 좀 보내주신 적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제공한 카톡 메시지에는 김문수 전 후보가 등장한다. 이 같은 증거들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과 A씨의 일치된 증언은 김문수 전 후보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아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수시로 만나며 긴밀하게 협력한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최종적인 진실은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2일, 김문수 전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도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사세행은 고발장에서 "김문수 후보는 불법적인 댓글 조작팀을 운영하는 리박스쿨 손 대표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리박스쿨에 방문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잘 알았다"며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당선을 목적으로 리박스쿨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허위사실을 대선 캠프를 통해 국민에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어제(4일)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서울 종로구 소재 리박스쿨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